나의 일 년은 B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다. 일 년의 잠깐, 순간, 찰나의 시간 동안 만나기 위해 나머지 시간을 기꺼이 할애한다. B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들을 잔뜩 데리고 온다. 그중 올해 나의 마음에 들어온 것은 분홍색 하트이다. 가득한 하트를 보며 어떤 사랑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시간이 되면 하트는 심지어 반짝이기까지 하는데, 그때는 정말이지 찰나면서 영원하다. 영원할 순간으로부터 벗어나지 않기 위해 가만가만히 분홍색의 하트를 바라보고 있는다. 잊지 않고 사진도 몇 장 찍어 남긴다. B가 가면 분명 보고 싶을 테니까.
B가 말이 없다는 사실이 좋으면서 다행이다. B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그럴 때면 B는 언제나 아름답기만 했다. 그것 말고 B가 할 일은 없었다. 말없이 아름다운 의연한 B.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결국 B의 아름다움에 현혹되고 기뻐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상대가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존재함으로써 아름다운 B에게 나는 몇 번이고 질 자신이 있다. 이제 몇 밤이 지나면 또 마음대로 가버리겠지만. 인사 없이 가는 너의 뒤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일 것이다. 기다리다 보면 말없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
저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해요. 오늘은 언제나 굳건하게 아름다운 B, 봄에게 편지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