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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강민주 시

나, 그대를 떠나 국화로 피어납니다

by 엄마쌤강민주

나, 그대를 떠나

국화로 피어납니다


해안 강민주


한때는,

솜사탕 같은 손 편지가

무쇠 서랍 속까지

달콤한 향으로 가득 채웠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던

그 이름.

그 환한 목소리.

그 웃음.


내 세상은

온통

그대의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서로의 옷고름을

단단히 매며,

영원의 약속을

사진 한 장에 담던 날.


감히 몰랐습니다.

영원의 약속조차

색을 바란다는 것을.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가슴을 저릴 때마다,


하나둘

태워낸 손편지의 재를

사약처럼

천천히

삼켰습니다.


비워진 서랍의

차가운 쇠 냄새 앞에서,

핸드폰 속 그대를

처음 삭제하던 날.


붉어진 두 눈 위로

뜨거운 눈물이

말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더 이상 태울 편지도,

삭제할 추억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단단히 매여 있던

우리의 옷고름을

조용히 잘라

그대에게

흘려보냈습니다.


잘린 옷고름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대여.


그대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영원의 약속을 담았던 사진이

내 안에서

서서히

잿빛으로

흩어지던 순간.


나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나와 다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대의 매 순간이

평온하고,

자유롭기를.


오늘의 행복에 취한 채,

그대로 인해 울던 나를

부디,

떠올리지 않기를.


그리하여,

다음 생의 문턱에서도

우리의 옷고름이

다시는

스치지 않기를.


나는 그렇게,

그대를 떠나,

잿빛 서리 속에서

찬란한 국화로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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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2025년 11월 11일

투데이플러스에 실렸습니다





[투데이플러스]

안녕하세요. 강민주 시인님

축하합니다.


나, 그대를 떠나 국화로 피어납니다

https://www.todayplu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9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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