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글 · 해안 강민주
“죽는다고, 정말 끝일까요?”
이 물음은 제 안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며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조용히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숨은 쉬고 있지만
이미 마음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죽는다고 끝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써 내려온 일흔 편의 에세이는
무의식과 꿈, 일상 속에서 마주한 신비로운 체험들을
조심스럽고 진심 어린 언어로 담아낸 기록입니다.
처음엔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적인 묘사를 그대로 담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습니다.
너무 사실적인 표현은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편견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미 써둔 에세이들을
조금 더 다듬고,
따뜻한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려 합니다.
편집에는 처음 쓸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간 또한
저 자신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더 깊이 다가가는 여정이 되리라 믿습니다.
살다 보면,
현실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더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조용하지만 깊게 삶을 흔드는 순간들을
저는 글로 견뎌냈고,
그 글들은 결국 저를 구했습니다.
세상을 구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글쓰기가
결국 저 자신을 구하는 길이 되었고,
그 사랑과 열정은
삶을 바꾸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고통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짙은 어둠 속에서도
따뜻한 빛 하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처음부터 함께해 주시고,
묵묵히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맺힌 삶의 질문 앞에,
이 책이 조용히 다가가
작은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해안 강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