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길
도시의 옛 이름을 '장안(長安)'이라고 했다.
긴 영겁의 시간 동안 평안할 곳.
그래서일까?
중원이라 불린 동쪽이 아닌 이곳에 수도를 정한 왕조들은 적극적으로 외국과 소통하며 이국적이고 화려한 문화들을 만들어 내었다.
서안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랑스럽게 나에게 들려주는 단어,
쓰초우즈루(絲綢之路, 비단길).
먼 옛날,
사막을 횡단하며 유럽으로 향하던 상인들에게
이 곳 서안은 커다란 부를 약속하는 출발점이고,
먼 길을 걸어 다시 돌아오는 종착점이기도 하였다.
남방에서 실려온 진귀한 비단과 도자기들은 이 모래 위 항해자들을 통해 먼 사막길을 건너서, 또 다른 세계의 중심, 대식국(로마)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서안 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불탑.
문이 닫히려는 절간 문을 열고 들어갔다.
탑으로 올라가려는 긴 줄이 보인다.
나는 긴 줄을 따라 높다란 불탑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낑낑 거리며 탑 위로 올라간다.
여기서도 여전히 부침 많은 여행자들은 고달프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탑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서로를 재촉하고 온 힘을 다해 올라가고 있었다.
아직도 줄어들지 않는 줄 뒤에 서서, 앞사람 머리만 보면서 올라간다. 짜증나는 풍경이다, 이 곳에서의 여행은 항상 이렇게 번잡하다.
창 밖에서 저녁 예불 준비를 알리는 은은한 종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누군가가 나의 머리를 '탁' 하고 치는 것 같다.
'이놈아~
풍경을 보러 온 거지, 탑을 보러 온 거냐?''
아!
나는 머리를 들어 주변 사람들을 바라본다.
사람들 사이를 나와,
계단 옆에 있는 공간으로 나왔다.
풍경을 보는데, 탑 꼭대기가 뭐가 중할까?
볼품없는 조그만 창으로 다가갔다.
창 밖으로 조심스래 고개를 내밀었다.
은은한 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혔다.
눈이 부셔왔다.
시린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 떠본다.
그리고,
나의 눈앞에 빛나는 비단길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