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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나 없이도 잘 지내는 걸 보니까 서운해요”

멀어져 가는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

by 일상온도

처음엔 그냥,

‘요즘 좀 뜸하네’라고 생각했어요.

연락을 덜 하는 건 바빠서겠지,

같이 못 있는 건 우연이겠지.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애는 나 없이도 잘 웃고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이랑 사진 찍고,

단톡방에서도 활발하고,

내가 없어도 아무 문제없다는 듯.


그걸 보는 순간,

괜히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어요.

“나는 이렇게 신경 쓰이고 서운한데,

걘 나 없이도 잘 지내네…”



한 친구는 상담실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딱히 싸운 것도 아닌데,

서로 멀어진 게 느껴져요.

근데 걔는 괜찮은가 봐요.

그게 더 마음 아파요.”


그 마음, 정말 잘 알아요.

멀어진 것보다 더 아픈 건,

내가 없어도 괜찮은 사람처럼 보일 때예요.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관계였을수록,

그 공백이 남에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마치 나만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아

자존감까지 흔들리게 돼요.



그런데 말이야,

정말 그 친구가 아무렇지 않은 걸까?

사실은, 다르게 표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너처럼 서운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걸 겉으로 내보이지 않는 방식을 택한 걸 수도 있어요.


또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

그건 그 친구의 속도고,

너의 마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예요.



상담에서는 이런 질문도 해요.

“너는 지금,

그 친구가 잘 지내는 게 왜 그렇게 서운했을까?”


그 질문 안에는

사라진 우정보다도,

“나는 소중한 사람이었을까?”라는

존재감에 대한 고민이 숨어 있어요.



그러니까,

그 서운함을 너무 나쁘게만 느끼지 않았으면 해요.

그건 네가 그만큼 깊이 마음을 주었다는 증거니까요.


그리고 그 마음을 느끼는 너는

결코 가벼운 존재가 아니에요.


누군가의 인생에,

충분히, 또 진심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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