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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by 일상온도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단지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 ‘왜 나는 이렇게 피곤할까’, ‘왜 어떤 공간에선 나답게 숨 쉬는 일이 어려울까’, ‘왜 자꾸만 나를 이상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까.’


그러나 이 질문들은 곧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의 침묵과 눈빛, 조용한 한숨과 참아낸 말들 속에 같은 질문이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사회와 부딪히고, 어긋났으며, 적응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의심해본 적이 있다. 그 순간들이 반복되며 우리 안에 쌓인 감정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이 책이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시도가 되었기를 바란다.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기준이 주입되었는지, 그걸 알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덜 아플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파왔지만,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 회복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글이 당신에게 질문을 던졌다면, 혹은 아주 작은 용기를 불러일으켰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이 이 책을 덮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도 괜찮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말은 아무리 작게 속삭여도,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한 선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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