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께는 미리 다녀오고 용돈과 조그마한 꽃도 준비해서 이벤트를 다 치렀다.
사실 아직도 난 어버이날을 왜 이리 챙겨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자주 표현하고 자주 안부 묻고 평상시 생각하면 되는데 굳이 날로 지정해서 은근히 부담스럽게 느껴지니 말이다.
어릴 때는 아빠가 이런 기념을 챙기지 않으면 혼 아닌 혼을 내셔서 살짝 노이로제가 있다.
진심으로 챙기고 해야 되는 날을 혼나기 싫어서 챙겼던 기억 때문인지 난 아들인 원이에게 이런 부담을 주기 싫었다.
평소에 늘 웃음과 행복을 주는 아이라 그런 카네이션 하나 주고 안 주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버이날 아침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력을 한 장 넘기며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
" 어? 5월 8일 오늘 어버이날이구나."
딱 이 한마디 하고 아침을 준비했다. 정말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바란 건 맹세코 없다.
그냥 '오늘이 목요일이네' 와 같은 일상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이게 부담이 되었을까 아님 내가 괜히 찔려 하는 걸까 아직 모르겠다.
카톡 프사들이 각자 자녀들에게 받은 편지나 선물, 꽃들로 바뀌었다고 첫 화면에 떠있다.
인스타나 sns를 봐도 어버이날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인다.
마음을 다해 잘 표현해서 선물하는 자녀들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학원 마치고 집에 온 원이가 신나고 들뜬 목소리다.
" 엄마, 아빠 내가 특별한 프리젠또를 준비했지"
남편과 나는 놀라서 무슨? 왜? 이런 물음표를 띄우고 기다려본다.
가방 속에서 꺼낸 아몬드 초콜릿과 미쯔과자.
어버이날 선물이란다.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맞춤형 엄마 선물로 짠하고 내미는 아들의 표정이 아주 의기양양하다.
" 우와 엄마아빠 이거 좋아하는 거 알고 사 왔구나. 너무 고마워. 감동이네"
안아주고 기뻐하니 엄마 아빠 붙어 앉아보란다. 난 혹시 들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건가 싶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잠옷을 입은 상태인데 옷을 갈아입을까 필터를 써달라 할까 짧은 시간에 고민을 했더랬다.
" 두 분 이거 보세요"
나란히 앉혀놓고 본인 폰의 영상 하나를 틀어준다.
아기 때 본인 사진에 멘트를 넣어 음악도 깔고 영상도 넣어서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다 앞으로 더 사랑할게요.라는 내용으로.
" 엄마는 이 선물이 더더더 좋고 감동이야. 진짜 고마워. 근데 엄마는 너 키우면서 단 한 번도 고생한 적 없었어. 행복만 했어. 더 사랑할게. 진짜 최고의 선물이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물을 준비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생각해 주는 마음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마음이 벅차다.
한편으로는 아침의 나의 한마디가 부담을 준 건 아닌가 싶긴 한데 엎드려 절 받아도 기분은 좋다.
중학교 3학년이지만 애교도 많고 여전히 말도 많이 해주는 정말이지 햇살같이 사랑스러운 아들 원이.
어릴 때부터 안 먹어 고생시킨 적도 없고 이렇다 할 사고 친 적은 더더욱 없는 아이가 키우느라 고생했지라고 하니 무조건 절대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었다.
요즘은 소확행이라는 말보다 남이 보긴 작더라도 내가 느끼는 건 대확행이면 그게 바로 큰 행복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부모님이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셔서 이게 소확행이지'가 아니라
'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부모님이 있음이 대확행이야'가 되는 사고방식의 전환으로 살아보려 한다.
또 한 번 아들의 표현과 사랑스러움에 감동하고 배우며 나 역시 전화를 들어 부모님께 안부를 묻는다.
건강하게 있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