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같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 둘이 있는데, 학교가 달라요. 한 학교는 시험 난이도가 낮고, 한 학교는 시험 난이도가 높다고 쳐봐요. 학원에서 같이 시험 준비를 했는데, 시험 점수가 너무 다른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타학교에 비해 수학 시험 난이도가 높은 여중에 다니는 아이가 한 말이었다.
학원을 다니는 건 아닌데, 폰을 보다가 뭔 글을 읽었는지 대뜸 나에게 묻는 것이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난이도 높은 문제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잘 듣고, 교과서 문제와 문제집을 열심히 풀어도 수학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 아이의 질문에 끄덕끄덕 공감해 주다가 물어봤다.
"그래서 고등학교의 선택도 내신 난이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같은 것을 고려하는 거지. A 학교를 가면 내신 점수를 받기가 조금 쉽고, B 학교를 가면 내신 점수를 받기가 어려우니까 일부러 A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있는거고. 100% 그런 건 아니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 무시할 수없는 거니까. 그래도 넌 1 희망을 B학교로 할래? 아니면, 우리 좀 더 고민해 볼까?"
"흠, 희망대로 B 학교에 배정받으면 내가 잘해 볼게요."
"그래, 그래."
아이의 잘해 본다는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도통 모르겠어서 헛웃음이 났다. 그리고 덧붙였다.
"항상 응원할게!"
난 아이의 이런 태도가 맘에 든다.
내 마음에서 불안감이 차오른 순간에는 '얘, 너무 아무 생각 없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대답이었지만, 좋은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고 있는 지금은 '저런 자신감 좋지~"하는 생각이 든 것이라고나 할까!
이 주제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고, 다시 책을 읽는데, 17번째 이 부분이 딱!!!
(47) 내 아들에게 가장 바라는 바는 '행복을 잘 느끼고 누리는 사람'으로 크는 일이다. 낙관적인 비관론자가 되어도 좋겠지만 되도록 긍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기질은 타고나는 것이라지만 나는 의지의 쓸모, 생각의 에너지를 믿는다.
작가님이 인터뷰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얻는 좋은 문장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들이 내가 지키고,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슷한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027. 자기 인생이 재미있어지면 아이에 대한 고민은 줄어든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67)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 수천 명을 만난 저자는 "완벽한 부모야말로 최고의 재앙"이라며 "아이에게 가장 좋은 롤 모델은 재미있게 사는 부모의 모습이다. 자기 인생이 재미있어지면 아이에 대한 고민은 줄어들고, 빈틈 중에서도 '엄마로서의 빈틈'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라고 했다. 이후 엄마라는 정체성과 내 자아 사이에서 고민될 때 이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된 후 아이의 머리(속)가 커져가면서 가끔씩 아이 앞에서 내가 작아짐을 느끼기도 한다.
슬슬 동등한 정신연령이 돼 가는 느낌 같은 느낌이 드는 시점에서 큰 위로가 되었다. 나에게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034. 단점이 먼저 보였어도 찾아보면 장점이 없을 순 없어요. (방송인 강주은)
(81) 호감이 생기지 않는 사람을 마주할 때, 기어코 그의 장점을 찾아내려 애쓴다. 이 버릇은 상대를 위한 태도이기도 하고 나를 위한 태도이기도 하다. 손 내미는 법을 잊은 사람에게 손 내미는 법을 알려 주려면 언제나 내가 먼저 내밀어야 한다.
난 사람을 만나면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는 사람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상대방의 단점이 보여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시간들이 생겨났다.
그러다 요즘에 단점이 너무 많아 장점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겼다. 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잘 바뀌지 않아서 어떡하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참이었다.
얼마전 이 부분의 글을 읽을 때도 생각했었지만, 지금 다시 읽으며 생각한다.
날 위해서 내일은 좀 더 너그러이 그 사람을 대해보리라.
042. 행복은 소유의 양이 아니라 관계 맺음의 질에 있다. (사회학자, 작가 정수복)
(97) 며칠 전 재테크 고수를 만났다. 왜 부동산에 관심이 없느냐며, 주식은 왜 안 하느냐며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할 말이 없었다. "저는 그 시간에 제 옆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고 싶은데요"라고 말할까 했지만, 짤은 침묵으로 대화를 마쳤다. 17년 전에 들어온 글귀를 아직도 품고 사는 나라서, 꼭 돈이 많아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다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온 나라서, 생긴 대로 살아야지 생각하는 요즘이다.
이 글에 굉장히 공감했다. 그런데...
어제의 나.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제일 좋은 것 같아. 부동산, 건물 많으면 관리하기 힘들어. 그냥 연금 관리 잘하고, 소소한 현금흐름으로 노후에 아끼면서 편하게 살자.'
오늘의 나.
요즘 서울의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있으니, 지금이 부동산 투자의 적기라고 얘기하는유튜브를 보고,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하나? 에이! 우선 로또 한 장 사자.'
'난 왜 이러지?' 하고 생각하다 무릎을 딱 쳤다.
이게 생긴 대로 사는 건가 싶어서.
072. 아이와 함께 '시인의 감성과 시민의 감각을 지니고 시시한 일상을 잘 가꾸며 사는 사람'으로 커 나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위대한 사람이 되려는 욕심보다 요리나 청소 같은 삶의 작은 단위부터 잘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시인 서한영교)
(157) 내가 밑줄 긋게 되는 문장은 삶의 철학이 깃든 한마디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지만, 삶을 깊이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그런 말들.
...... 인생의 의미는 거대한 사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사건들이 퇴적되어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오늘 내가 한 생각과 말, 들은 말들로 내 인생이 꾸려진다.
100. 미래에 대한 그림 자체를 그리지 않아요. 미래라는 시간을 생각해야 할 사람은 그 미래라는 시간을 살아갈 미래의 나예요. 지금의 나는 아니에요. 오늘만 내가 쓰고 싶은 시를 쓸 수 있다면 그게 다예요. (시인 김소연)
(213) "하루를 산다"는 말, 예전에는 곱게 들리지 않았다. 고민 없는 인생이구나, 걱정 없는 인생이구나,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인생이구나 싶어 혀를 찼다. 하나 지금의 나는 '잘 산 하루하루'가 내일을 만든다는 진리를 몸소 깨치고 있다. 내일은 오늘을 잘 산 사람에게 오는 선물이니까.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이니까.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72번째와 100번째의 글은 나의 삶의 태도와 많이 닮아있다.
오늘을 잘 살기 위해 내가 하는 작은 실천은
'웃자! 행복함을 느끼지 않는 시간보다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이 단 1이라도 더 많도록 하자.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