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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Jun 07. 2022

봄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3

태어난 너와 모든 길을 걷고 싶었다

아장아장 한 걸음씩 내딛던 걸음부터

계단 한걸음에도 무릎을 쓰다듬는 걸음까지

나는 천리 밖에서

고요히 내려볼 수밖에 없구나.


산다고 벅찼던 걸음 속에서

과분하게 큰 축복아

겨우 스무 해를 품어

당연하게도 우리 집을 떠나가야 했다

고맙게도 네 이불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아

너 대신 밤새도록 짓이겨지는 마음을 받아줬단다


아가야 이제 나는 이불과 함께

낡아 사라져,

짓이겨지는 마음을 받아줄

집이 없어져 버렸구나


우리가 손잡은 시간보다

손의 따스함을 떠올리던 시간이

더 많았던 차가운 공기를 넘어

오늘도 너를 바라보느라 하늘은 춥구나







P.s :  이번엔 엄마의 엄마(저의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하고플 이야기입니다.

함께 걸어온 나의 글벗님들.

봄은 짧아요 걸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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