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이 그려진 버스 한 대가 멈추면, 노오란 모자를 쓴 병아리들이 삐악 거리며 버스에서 내려 엄마를 찾기 시작합니다. 하나둘 엄마손을 잡고 둥지로 돌아간 후 버스는 의자에 남은 노란 조각들을 꼭 안고서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버스에서 엄마 손으로 온기를 넘긴 꼬마는 엄마와 발을 맞춰 크게 걷습니다. 사실 엄마도 아이에게 걸음을 맞추고 있지만, 오늘따라 아이는 몸을 크게 흔들며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집을 향해 걷다 보니 간판이 길목에 나옵니다. 간판에 따라 각기 다른 달콤한 음식냄새들이 나타납니다. 아이의 걸음은 점점 느려지더니, 얼마 전 개업한 벽돌집 앞에서 결국 아이의 고개가 돌아갑니다. 저 가게의 벽돌은 빨간색이구나... 아이는 자신의 발걸음이 멈춘 줄도 모른 채 오토바이 옆에서 음식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때 어깨 위로 부드럽게 올라오는 엄마의 손.
'아이야, 우리 식사하고 갈까'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돌려 폴짝폴짝 계단을 올라갑니다. 아이가 울린 차임벨까지 하나의 음악 같다고 엄마는 생각합니다.
빨간색과 금색 벽지 사이로 둥글게 돌아가는 테이블이 있습니다. 마주 앉은 모녀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립니다. 잠시 후 사장님이 나타나자 아이의 눈동자는 새까맣게 빛납니다.
접시에 덜어주면 호로록 입 안에 넣고, 자신의 양볼이 볼록한지도 모르고 먹는 아이. 뺨에 검은 소스가 묻은지도 모르고 멀뚱히 엄마를 쳐다보는 아이를 보고, 엄마는 다르게 배부릅니다.
엄마는 짜장면은 커녕 라면 한 그릇도 제대로 줄 수 없던 자신의 엄마를 떠올립니다. 라면에도 칼국수를 섞어서 다섯 남매 간식을 해먹여야했던 아이의 외할머니. 당시의 엄마나, 지금의 아이나 국물에 입가가 빨간 건 마찬가지인데, 라면하나 제대로 못 먹는 자식들을 보며 외할머니의 마음은 엄마만큼 부르진 못했을 겁니다.
그날 엄마가 아이를 보며 배가 불렀던 건, 어린 시절의 엄마의 몫까지 아이가 배불리 먹어줬기 때문일 겁니다. 무얼 먹었는지 언제나 양볼에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랑스러움 앞에 엄마는 마음의 배부름을 살짝 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