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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Nov 06. 2021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딸아이가 대학생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부모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 함께 꿈을 가꾸어나가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오로지 내 아이의 성공만이 목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자식이 성공하면 기쁘지만, 돌이켜 보면 아이 옆에서 함께 꿈꾸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기 때문이다.
성실한 마라토너인 아이에 비해 내가 아둔한 페이스메이커여서 많은 걸 못해줬나 미안하면서도, 자신의 달란트를 연마하여 이 순간까지 무사히 달려온 딸의 온전한 모습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그런 딸과 함께 저녁나절에 산책하다 보니 먼저 잎을 낸 연한 들꽃들에게 각자의 향기가 있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도 세상에 길들여지기 전의 고유의 향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절여져 가끔 독기 서린 향을 뿜는 어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아이가 독이 아니라 따뜻한 향을 뿜도록, 그리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따뜻한 사랑의 힘으로 말이다.
인생에서 나 또한 지금 나이의 구간은 처음이라 서툴지만, 나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해 줄 감사한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보이진 않아도 느껴지는 그 사랑의 무게에 나는 순간순간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가 드리는 기도의 힘으로 살아간다.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드리는 간절한 기도들로 사람들은 공존할 수 있는 것이리라. 사람마다 달려야 하는 인생의 길이가 다르기에 종착지가 언제 올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무사히 완주할 때까지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든든한 사랑의 페이스메이커로서 달려 나가길 바라본다.
노을이 진 하늘을 함께 산책하는 동안 땅거미도 우리처럼 오늘의 코스를 완주했다. 어두운 초저녁 하늘 아래 지면을 마구 데웠던 여름이 식으면서, 바통을 이어받은 가을이 채비를 서두르니 고요히 분주하기만 하다.
아, 가을이 이쁘게도 온다. 너처럼...
(2021. 8 . 29.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