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아래 홀로 남은 여인의 이야기
7화.
거부된 위로 _ 홀로 흘린 밤의 눈물
달빛이 흙벽을 따라 천천히 흘렀습니다.
낮 동안의 열기를 잃은 흙은 서늘한 숨을 내쉬었고, 그 위로 달빛이 얇게 내려앉았습니다. 그 빛은 방 안의 어둠을 완전히 밀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슬픔의 결을 부드럽게 드러냈습니다.
등잔불 하나가 깜빡이며 벽에 그림자를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마리아는 방 안에서 기도 중이었습니다. 손끝은 차가웠고, 숨결은 짧고 빨랐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두 손은 여전히 배 위에 포개져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마치 바람이 물결을 스칠 때처럼 조용하지만 확실한 생명의 흔들림이었습니다.
그녀는 눈을 떴습니다.
손끝에 전해지는 따뜻한 맥박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아버지에게로 향했습니다.
“아버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절박했습니다.
“저… 석류가 먹고 싶어요.”
그 말은 단순한 식욕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알 수 있었습니다.
뱃속의 아이가 지금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비타민, 철분 같은 단어를 몰랐지만,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은 자신의 필요를 마리아에게 스스로 알려오고 있었습니다.
마리아의 아버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등잔불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눈가의 주름마다 깊게 스민 피로와 슬픔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마리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느냐.”
그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체념이 더 많았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버지, 이 아이는… 하나님이 주신 아이예요.”
순간, 공기가 멈췄습니다. 등잔불이 흔들리며 벽에 금빛 파문을 그렸습니다.
아버지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그만해라… 피곤하구나.”
문고리를 쥔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이 집에는 이제 기도가 아니라, 수치만 남았다.”
그 말과 함께 문은 냉정하게 닫혔습니다.
불꽃은 흔들렸고, 공기는 서럽게 서늘해졌습니다.
마리아는 고개 숙여 배를 바라보며 두 팔로 배를 감싸 안았습니다. 방 안은 냉기로 가득했고, 그 차가움은 뼛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려 했지만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습니다.
“하나님… 제게 힘을 주소서.”
문이 천천히 열렸습니다.
달빛이 들어와 바닥의 흙의 결을 스쳤습니다. 어머니가 서 있었습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유리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마리아.”
그 목소리는 날카로운 칼 같았습니다.
“네가 이 집에 무슨 수치를 안긴 줄은 알고 있니?”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무릎을 감싸 쥔 손가락만 하얗게 질렸습니다.
“석류니 뭐니… 그런 말은 하지도 마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 말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마리아의 가슴 안쪽에서는 작은 금이 하나씩 가는 듯했습니다.
어머니는 등을 돌렸고, 문 닫히는 소리는 방 안에 오래 남았습니다.
달빛이 벽을 따라 다시 흘러내렸습니다.
마리아는 모든 힘을 짜내어 다시 애원하듯 불렀습니다.
“어머니… 그럼… 생대추라도…”
그녀의 말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습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직 바람의 숨소리만이 그 말을 삼켜 갔습니다.
마리아는 두 손을 모았습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흙바닥의 냄새가 코끝까지 닿았습니다.
그녀의 기도는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모든 기력이 소진된 상태였고, 마지막 남은 기도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뜻이라면 이 고통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만은… 제발… 제발 지켜주소서.”
눈물이 바닥에 흘러내렸습니다. 한없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중 한 방울이 달빛을 받아 미약하게 빛났습니다. 그 빛은 누군가의 응답처럼 흔들렸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손바닥을 배 위에 올렸습니다.
태아가 아주 작게, 그러나 확실히 움직였습니다.
그 떨림이 마치 하나님이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라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그녀는 눈을 감았습니다.
“괜찮아, 아이야… 우리는 외롭지만 버려지지 않았단다.”
그 말이 공기 속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순간 달빛이 잠시 더 밝아졌습니다. 그 빛은 짧았지만 따뜻했습니다.
그 밤,
마리아의 울음은 아무도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그 울음의 무게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