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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해부학

2부: 의지와 실천으로 다시 쓰는 마음의 구조

by 영업의신조이

22화.

의식의 첫 문


‘지금 여기’의 나를 깨우는 순간'



우리는 언제나 삶의 현장에 먼저 도착해 있지만,

의식은 늘 뒤늦게 따라오는 존재이다.


스스로는 “나는 모든 순간을 깨어 있으며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의 하루 대부분은 자동으로 흘러가고, 그 자동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다.


아침의 눈뜸에서 밤의 잠들기 전까지 마주치는 장면, 감정, 사물, 상황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순간들이 실제로 의식의 자리까지 도달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의식은 훈련되지 않으면 쉽게 깨어 있을 수 없고, 깨어 있는 순간조차 짧고 희미하며, 일상은 그 미세한 틈마저 금세 삼켜버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의 안정을 위한 구조를 나에게 유리하게 다시 써 내려가려면, 무엇보다 먼저 이 ‘의식’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의식은 마음의 출발점이며, 방향의 첫 지점이며, 모든 변화의 최초의 진동이기 때문이다.

의식이 닿지 않으면 감정은 길을 잃고, 생각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기억은 왜곡된 패턴으로 남는다.


사상은 타인의 언어에 잠식되고, 자아는 흐릿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자신을 잃기 쉽다.

결국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조차 읽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하루 중 이런 날을 회상해 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일에 치이고, 마음은 눌려 있고, 머리는 과열되어 아무것도 온전히 손에 잡히지 않던 하루였다.

겉모습은 태연한 것 같았지만, 내면은 텅 빈 방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퇴근 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신호에 잠시 멈춘 순간 내 시야에 아주 작은 풍경이 들어왔다.

앞차의 테일라이트 위로 피어오르던 안개 모양의 먼지, 바람에 미세하게 떨리던 나뭇잎들, 내 호흡이 차창에 남긴 얇은 김.


도시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나는 그 흐름에서 빠져나와 고요의 표면 위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처음으로, 내 존재를 내 눈으로 확인하는 듯한 생생한 자각을 느꼈다.


‘아… 내가 지금 여기 있구나.’


그 짧고 작은 자각이 나의 하루 전체를 다시 세웠다.

무너진 줄 알았던 마음이 사실은 무너지지 않았음을 그제야 이해한 것이다.


의식은 그렇게, 허공에 떠 있는 나를 다시 ‘나의 중심’으로 되살리는 힘이다.

그 힘을 붙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단지 한순간을 의도적으로 살아내려는 태도이다.

의식은 멀리 있는 철학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일상의 한 호흡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의식의 훈련은 복잡한 명상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정지’의 루틴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것을 ‘세상의 정지 상태’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흐름을 잠시 멈추고 나만을 바라보는 순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장소는 어디든 좋다.


아침에 눈을 뜬 침대 위도 좋고,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는 순간도 좋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자세도 좋고,

책상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듯 손을 모으고 숨을 고르는 자세도 좋다.

운전 중 잠시 정차한 자리에서도 의식은 깨어날 수 있다.

회의 중 내려오는 짧은 침묵조차 정지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귀한 틈이다.



그저 잠시 멈추고 나의 내면을 바라보면 된다.

내 감정은 어떤 결로 올라와 있는지,

내 생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지금의 나는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이 아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의식은 언제나 ‘멈춤’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움직임 속에서는 결코 나를 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멈춰 서야만 보인다.


하루 1분이면 충분하다.

점심을 먹기 전의 고요,

신호등 앞의 짧은 멈춤,

잠들기 직전의 어둠 속...

그 어느 순간도 의식의 출입문이 될 수 있다.


단 1분 동안 이렇게 자문해 보자.


“지금 내 의식은 어디에 서 있는가.”

“내 마음은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가장 크게 울리고 있는가.”

“나는 지금 왜 이 호흡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삶을 관리하기 위해 묻는 질문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다.

그 단 한 번의 질문이 의식을 생생하게 깨우고,

우리는 다시 생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존재가 된다.


의식이 깨어나는 순간,

삶의 궤도는 아주 미묘하게 움직인다.

사람들은 큰 사건이 삶을 바꾼다고 믿지만,

삶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작은 자각이다.

오늘의 자각은 내일의 감정을 다르게 만들고,

내일의 감정은 다음 달의 생각을 바꾸며,

그 생각은 결국 삶의 전반적인 선택을 새롭게 만든다.

의식은 한 개인의 생 전체를 바꾸는 최초의 진동인 것이다.



깨어 있는 의식의 훈련이 쌓이면 삶의 풍경은 조용히, 그리고 조금씩 달라진다.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것들이 보이고,

같은 사람을 만나도 다른 감정이 울리고,

같은 공간에 앉아 있어도 다른 의미가 태어난다.

그 변화는 우리가 더 이상 예전의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의식은 나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그 변화는 다시 나의 세계를 바꿔 나가는 흐름이 된다.



‘지금 여기.’

이 익숙한 문장은 사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자각의 영역이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며,

존재는 오직 지금의 숨결 속에서만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 숨결을 붙잡는 순간, 삶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의식은 그 숨결을 비추는 등불이다.



나는 믿는다.

마음의 구조를 다시 쓰는 모든 여정은 결국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과거를 이해하는 것도,

감정을 바라보는 것도,

생각을 세우는 것도...

모든 변화는 지금 이 자리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눈이 뜨이는 순간,

마음은 비로소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야 우리는,

비로소 준비를 마친 존재가 된다.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깨어 있는 ‘지금 여기’의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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