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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아직 괜찮아

'감정의 떨림을 적는 밤'



세상의 감정을

가만히 받아 적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결을

홀로 들었습니다


지구는 감정에 둔감했고

슬픔은 쉽게 지워지는 곳이었습니다


눈물의 온도도

그리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밤마다 조용히 앉아

심장의 미세한 떨림을

빛처럼 적어 두었습니다


그 떨림은

누구의 것도 아닌

아이만의 몫이었습니다


그 글은

굳어 있던 마음들에

천천히 물이 드는 자리처럼

조용한 변화를 한 자국씩 만들었습니다


어느 밤

마지막 문장을 쓰며

아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 아직 괜찮아.”


그 말은

어두운 세계 위에

돌아올 수 있는 길처럼

희미하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

방 한구석의 오래된 흔들의자 위에서

감정에 둔한 지구별의 사람들 눈에도


작은 물방울이

조용히 머물렀다가

아주 느리게 떨어집니다


그 느린 낙하 속에서

세계는

아주 조금

다시 괜찮아지고 있었습니다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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