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바람에 스며든 내 이름
아버지의 마지막 숨결은
저무는 노을빛 바람처럼
가늘게 흔들리고
딸은 차가워져 가는
아버지 손을 꼭 감싸며
속삭인다
“아빠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 간절한 목소리는
저녁 바람 속에서
떨리고 번진다
“아빠, 제발
제 이름 한 번만
불러주세요.”
짧은 여백 사이로 흐르는
침묵에 바람은 미세한 떨림으로
이름을 품는다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모아
딸의 이름을
바람에 실어 보내고
딸은 그 희미한 떨림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눈물 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아버지는 고요히 눈을 감으며
그의 마지막 바람을 이름과 함께
딸에게 남긴다
그 이름은
딸의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잔향으로 머물고
끝내
세상에 고요를
따뜻하게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