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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hroot Feb 11. 2022

[인터뷰] 어쩌다 글쟁이, 애쓰는 사람의 오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싶어 하는 글쟁이 민채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일기랑 독후감 쓰기를 끔찍하게 싫어했어요. 그래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제가 정말 신기해요.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쓴다는 건 저에게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어요"


2022년 새롭게 시작하는 그루업 시즌2의 첫 번째 주인공은 '어쩌다' 글쟁이가 된 민채의 이야기입니다. 일기와 독후감 쓰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던 어린 민채는 어느덧 성장해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이런 자신이 스스로도 신기하다는 민채. 서먹하고 불편했던 글쓰기와 친해지기까지,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사이를 좁히기 위해 묵묵히 애쓰는 민채의 오늘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민채님.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작년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서평을 기고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글쓴이 소개에 ‘현실과 이상을 모두 붙잡으려 애쓰는 사람’이라는 글귀를 넣은 적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울린다는 반응을 해주었고 저도 이게 썩 마음에 들어요. 제가 소망하는 저 스스로와 세상의 모습이 있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든 좁히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정민채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어쩌다 보니 늘어진 대학 생활을 드디어 끝마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기 싫어 애쓰고 있네요. 틈틈이 책도 읽고, 영화도 챙겨 봅니다.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과 산책하고 맥주를 한잔하기도 하죠. 얼마 전엔 해변 청소도 다녀왔네요. 부지런히 움직이면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마음이 지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특히 요즘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의 모습이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예쁜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근 몇 년 동안 을지로에 자주 갔었는데, 곧 재개발로 인해 없어지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감 가는 골목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카메라에 담으러 갈 예정입니다. 어쩌면 좋은 글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민채의 사진. 친구들의 모습이나 거리의 장면들을 주로 기록한다. ⓒ정민채 



‘어쩌다 글쟁이’라는 닉네임이 궁금했는데요. 글과 친해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생각이 많아요. 좀 지나치게 많죠. 종종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곤 했어요. 그래서 저랑 비슷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봤는데 다들 글을 써보길 권하더라고요. 생각이 정리된다나 뭐라나. 어릴 때부터 일기랑 독후감 쓰기를 끔찍하게 싫어했던 터라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어요.


한참이 지난 뒤에야 반신반의하며 글(이라기보다는 낙서)을 짧게 쓰기 시작했는데 꽤 괜찮았어요. 잡념을 줄이고 생각의 방향을 정하기가 한결 쉬워지더라고요. 그때부터 틈틈이 글을 쓰는 습관을 들였고 어느새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지경까지 온 걸 보니 정말 신기하네요.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쓴다는 건 저에게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어요.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으려 하시는군요. 혼자 쓰는 글과 타인과 소통하는 글쓰기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총 3번의 기자단 활동을 했어요. 기사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학생기자들과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았죠. 특히 두 번째로 했던 기자단 활동에서는 꽤 활발하게 서로의 글을 읽고 의견을 나눴어요.


한 번에 여러 사람에게서 피드백을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항상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소감을 남겨 주시더라고요. 제가 쓰는 글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의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unsplash


그 시간을 통해 글쓰기의 개념을 확장하게 된 거네요.

언제나 저와 다른 생각이 있을 수밖에 없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은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글을 읽으니까요. 같은 글도 수십 가지 해석이 가능해지는 거예요. 그 이후 오해나 해석의 여지가 없이 최대한 일관되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글을 쓸 땐 명료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게 가능한 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고 보니 1934 청년기자단 활동에도 참여하셨지요. 이번 기자단 활동은 어떠셨나요?

앞선 두 번의 기자단이 대학생으로서 활동한 것이라 그 틀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한 대학생이 아닌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기사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번 기자단을 같이 한 청년기자들도 모두 대학생이긴 했지만 적어도 대학 생활의 한계를 벗어나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아요. 지역 내에서 나름의 꿈을 펼치는 청년들이 있었고, 구청이 구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볼 수 있었죠. 대학교보다 더 큰 범주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예전보다 더 어른스러운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민채는 2022년 중랑구 청년활동 지원사업 <1934 청년기자단>에 청년 기자로 6개월 간 참여했다. ⓒ청년뿌리사회적협동조합



글쓰기를 통해 얻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건 항상 생각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인 것 같아요. 글을 쓸 때부터 가지고 있던 목표와는 별개로요. 예전에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아무렇게나 써놓은 글귀도 나중에 보면 좋은 인사이트가 담겨 있을 수도 있어요. 혹은, 호기심으로 취재하기 시작해서 써 내려간 기사가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줄 때도 있죠.



어떤 도움이었을까요?

국제 학생 컨퍼런스를 취재하고 쓴 기사가 있는데 그때 참가했던 학생들이 그 기사를 좋은 추억거리로 여기더라고요. 저는 그때 주어진 업무를 했을 뿐인데 그 친구들에게는 좋은 기념품이 된 거예요. 또 언젠가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을 때 예전에 책 한편에 적어놓은 낙서를 보고 힘을 얻은 적도 있었어요. 분명 그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적었을 텐데 말이에요. 어쩌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나중에 생각지 못한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겠네요.

글쓰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을 전하고, 스스로에게도 위안을 건네받았다는 민채. ⓒunsplash



마지막으로 민채님이 꿈꾸는 글쟁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나중에 꼭 뭐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는 순간 그 틀에 저 스스로를 끼워 맞춰버리거든요. 그게 마치 제 다른 잠재력들을 가둬버리는 것 같아서요.


사실 세상 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언젠가 찾아올 좋은 기회를 위해 저 자신을 갈고닦는 데에 집중해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니까요. 그리고 준비가 잘 되어있어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기도 하고요. 끈기 있게 글을 쓰다 보면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거예요. 기자가 될 수도 있을 거고, 카피라이터나 작가가 될 수도 있겠죠.


어쩌면 다른 재밌는 일을 찾는 바람에 글이라곤 혼자서 조용히 일기를 쓰는 게 전부인 삶을 살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 미래에도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민채는 '어떤 글쟁이'보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다. ⓒ정민채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하다면 @earl_um_pics



청년들의 다양한 삶을 조명합니다. 내 주위 가까이,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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