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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독서의 응용

by COSMO

회사 동료와의 대화가 평행선을 그릴 때, 가족과의 소통이 벽에 부딪힐 때, 우리는 흔히 "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라는 한숨을 내쉰다. 타인의 마음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섬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에게는 이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숨겨진 다리가 있다. 바로 독서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작가의 내면으로 들어가 등장인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 경험이 축적될수록 타인을 이해하는 렌즈는 더욱 정교해진다. 신경과학은 이를 '서사적 공감'이라 부르며, 독서가 실제로 우리의 사회적 뇌를 재구성한다고 밝혔다. 이 장에서는 독서가 어떻게 인간관계의 미묘한 결을 읽어내고, 깊은 연결을 만들어내는지 그 심층적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⓵ 타인의 내면을 여행하는 법

소설을 읽는 것은 타인의 의식 속으로 잠수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우리는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며, 그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독특한 방식을 체험한다. 이때 뇌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뇌영상 연구는 소설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실제 사회적 상호작용 시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내측전전두피질과 측두두정접합부가 활발히 작동하는데, 이는 타인의 마음 상태를 추론하는 '마음 이론' 네트워크의 핵심 부위다. 책 속 인물의 고민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의 뇌는 실제로 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비행 시뮬레이터가 실제 비행 기술을 향상시키듯, 독서는 현실 인간관계를 위한 고도의 시뮬레이션 훈련장이 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장르에 따라 다른 사회인지 능력이 발달한다는 사실이다. 심리 소설은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포착하는 능력을, 추리 소설은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을, 역사 소설은 상황적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각각 향상시킨다. 한 금융회사 팀장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은 후 부하 직원들의 행동 이면에 있는 심리적 동기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직원이 실수하면 단순히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행동 뒤에 숨은 불안이나 압박감을 먼저 살피게 됐어요." 이처럼 독서는 표면적 행동 너머의 심층적 동기를 읽어내는 정교한 안테나를 우리 안에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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