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AI가 열어준 새로운 인간관계의 문
2020년? 5년 전 코로나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아이들이 마스크 뒤에 숨어서 표정 읽기를 못 배웠다는 얘기도 들리고, 줌 수업으로 친구 사귀는 법을 제대로 못 배웠다는 걱정도 많았었다. 그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아져서 문제라는 이야기들이 주변에서 들린다. 우리 아들내미들 도1도0이도 이전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에 속할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이게 다 나쁜 일일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3년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편견을 뒤집는다. '사회성이 낮다'라고 손가락질받던 MZ세대가 실제로는 X세대보다 사회성 점수가 높다는 거다. Z세대 학생의 52%가 '높은 사회성' 유형에 속한 반면, X세대는 고작 19%에 그쳤다 연합뉴스. 뭔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게 있는 거 아닐까?
나는 오히려 이 변화가 우리에게 기회를 준 것 같다. 기존의 네트워킹이라는 게 얼마나 피곤했는지 생각해 보자. 술자리에서 억지로 웃으며 명함 돌리고, 골프장에서 아부하고, SNS에서 가짜 일상 올리면서 인맥 관리하고. 이런 게 진짜 관계였나?
코로나가 이 모든 걸 한 번에 날려버렸다. 갑자기 화상회의가 일상이 되면서 집 안 모습이 다 보이게 됐고, 아이가 갑자기 화면에 나타나도 당연해졌다. 정장 위에 잠옷 바지 입고 미팅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게 바로 진짜 모습이었던 거다.
더 흥미로운 건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에서 오히려 더 진솔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속에서 만난 친구와 몇 년째 우정을 이어가고, 디스코드에서 밤새 진짜 고민을 나누는 아이들을 봐라. 이들은 아바타 뒤에서도 진심을 전할 줄 안다.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소통법을 터득한 거다.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온라인 활동과 사회성 발달의 정적 상관관계가 X세대에서만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거다. 즉, 온라인 소통의 장점을 디지털 네이티브만이 아니라 기성세대도 배우고 있다는 뜻이다.
AI 시대에는 더더욱 이런 변화가 가속화될 거다. 챗GPT가 완벽한 비즈니스 이메일을 써주고, 프레젠테이션도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건 뭐가 될까?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진짜 인간다움이다.
2024년 리더십 트렌드를 보면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 핵심 키워드였다. 이는 자기 인식과 진실한 관계에 뿌리를 둔 리더십이다. 앞으로의 리더는 카리스마나 말빨로 사람을 휘어잡는 사람이 아닐 거다. 대신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는 게 많다"라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 실수했을 때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사람. 완벽한 척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이, 모든 답을 안다고 우기는 사람보다 "잘 모르겠지만 함께 찾아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인 시대가 오고 있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고객을 속이거나 과장해서 팔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정보가 너무 투명해서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2024년 마케팅 트렌드를 보면 진정성 기반 마케팅이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대신 정말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안 맞으면 "이건 당신한테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는 영업맨이 살아남을 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사회성 자체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많은 사람과 어울리고, 말을 잘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사회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MZ세대들에게 사회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진정성 있는 소통 능력을 의미한다.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만 사회성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는 거다. 이는 구조적 지원의 부재가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 즉, 적절한 환경만 주어진다면 젊은 세대의 사회성은 충분히 발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가 발달할수록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더욱 부각될 거다. 그게 바로 진실성, 성실성, 솔직함이다. 기계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패턴을 찾을 수 있지만, 진짜 감정을 나누고 신뢰를 쌓는 건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흥미로운 건 X세대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활동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걸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세대가 바로 X세대였다.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소통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다.
앞으로는 관계의 깊이가 빈도보다 중요해질 거다. 매일 만나는 동료보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도 진심을 나누는 친구가 더 의미 있는 관계가 될 거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계가 오프라인보다 더 진실할 수도 있고, 가상공간에서의 소통이 현실보다 더 생생할 수도 있다.
이건 단순한 세대론이 아니다. 인간관계의 본질적 변화다. 형식보다 내용, 외형보다 진심, 네트워킹보다 진짜 연결을 중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코로나와 AI가 가져온 변화는 결국 우리를 본질로 돌려보내고 있다. 형식적인 인맥 쌓기가 아닌 진짜 관계 맺기, 겉만 번지르르한 리더십이 아닌 진심 어린 영향력, 과장된 마케팅이 아닌 정직한 소통 말이다.
어쩌면 지금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걱정받는 아이들이, 미래에는 가장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가식 없이, 진심으로, 그리고 솔직하게 말이다.
연구 데이터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 Z세대의 52%가 높은 사회성을 보인다는 건,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낡은 기준으로 이들을 평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진짜 관계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진정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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