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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AVA AI 칼럼 : AI 시대의 지식인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by 구아바

버스 팩터 0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GeekNews를 보다가 섬뜩한 글을 발견했다. "Vibe 코딩은 버스 팩터를 0으로 만든다"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원문은 "AI First" and the Bus Factor of 0이라는 MindFlash의 글이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는 글이었다.



버스 팩터(Bus Factor)가 뭐길래


먼저 '버스 팩터'가 무엇인지 설명하자.


이는 "팀원 중 몇 명이 버스에 치여 사라지면 프로젝트가 망할까?"라는

다소 블랙유머적인 질문에서 나온 개념이다.


예시)

데이터베이스 백업 복구를 3명이 알고 있다 → 버스 팩터 3

핵심 알고리즘을 1명만 이해한다 → 버스 팩터 1 (위험!)

아무도 모른다 → 버스 팩터 0 (재앙!)


전통적으로 최악의 경우는 버스 팩터 1이었다.

한 명이 사라지면 끝이니까. 그런데 이제 우리는 버스 팩터 0의 시대로 진입했다.



'바이브 코딩'의 달콤하고도 위험한 유혹


2022년 11월 30일, ChatGPT가 공개된 지 이제 3년이 되어간다.

이제는 초등학생도 바이브 코딩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줘"라고 이야기만 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한다. 테트리스, 보글보글 같은 게임은 이제 유치원생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코드 이해? 가 전혀 없더라도 이것저것 만들어낸다. 우리 아들내미들(도1도0)이 좋아하는 뽑기뽑기에서 마치 랜덤으로 뭔가를 뽑는 기분이다. 좋은 게 나오면 OK(작동하면 OK), 왜 작동하는지는 몰라도 된다. 나쁜 게 나오면 새로 뽑으면 된다.


처음엔 마법 같았다. 2분 만에 웹사이트가 뚝딱, 5분 만에 앱이 완성. 도파민이 솟구쳤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허전하다. 아니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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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의 대가: 이해의 상실


GeekNews가 나의 찝찝함을 정확히 짚어낸 것 같다. 나의 어설픈 바이브 코딩은 다음과 같았다.


버그가 생겼을 때:

왜 에러가 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AI에게 물어봐도 AI도 모른다 (자기가 만든 코드의 맥락을 기억 못 함)

결국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 더 빠르다


보안 패치가 필요할 때: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모른다

코드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취약점이 있어도 발견할 수 없다


기능 확장이 필요할 때:

기존 구조를 이해 못 하니 확장이 불가능

억지로 덧붙이다가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다


그렇다. 나는 뭔가 장기적으로 하나하나 꾸준하게 만들어나간 AI 작품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1년을 쫄딱 망했었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


한 Hacker News 댓글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코드는 그 자체가 진실이다"


맞다. 하지만 AI가 생성한 코드는 누구의 진실인가?


그것은 수백만 개의 코드 조각에서 통계적으로 추출된 패턴일 뿐이다.

의도 없는 창작물이다.


우리는 지금:

목적 없는 글을 읽고

맥락 없는 이미지를 보며

이해 없는 코드를 실행한다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의미의 사막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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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전략: 느림의 미학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의도적으로 느려지자

AI가 2분 만에 하는 일을 2시간 동안 직접 해보자

비효율? 아니다. 이해를 위한 투자다

한 줄 한 줄 왜 그렇게 썼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과정을 기록하자

실패한 시도들

막다른 골목들

갑작스러운 깨달음들

이 모든 것이 AI가 제공할 수 없는 인간의 서사다


셋째, 깊이 있는 대화를 추구하자

AI와의 대화? 그것도 좋다

하지만 인간과의 대화가 더 중요하다

서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함께 탐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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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새로운 윤리


AI 시대의 글쓰기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사유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다.


구아바가 써야 할 글

완벽한 문장 < 불완전하지만 진실한 생각

매끄러운 논리 < 거친 질문과 의구심

정답 < 고민의 과정


AI가 절대 쓸 수 없는 글

개인적 경험

구체적 맥락

모순과 갈등

책임감


역설적이지만, AI가 만든 "버스 팩터 0"의 세계는 진짜 전문가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모두가 표면을 미끄러지듯 지나갈 때, 깊이를 아는 사람의 희소성은 더욱 빛날 것이다.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가?

AI를 거부해야 하는가? 아니 AI 시대에도 인간으로 남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도구를 사용하되 도구가 되지 않는 것

효율을 추구하되 의미를 포기하지 않는 것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드넓은 우주에 단 하나뿐인 서로 다른 독특한 인간이다.

1 2 3 4 5, 숫자로 찍어내는 똑같은 AI가 아니다.


AI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라이코스... 응?


To Be Continue......


- Total HR / 사파 감성 HR & 나만의 AI를 찾고 있는 AI포자 구아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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