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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뚜 Feb 23. 2022

남자가 무슨 육아야?

[아빠 시점] 육아 휴직을 결심하다. 1편



2019년 겨울, 운명처럼 이끌린 사람과 하얀 눈의 축복을 맞으며 결혼을 하였다.

코로나가 터지기는 했지만 집돌이와 집순이의 조합이었던 우리는 깨 쏟아지는 신혼생활을 즐겼다.

결혼 1년 정도가 지날 쯤 무렴부터 주변에서 당연한 레파토리처럼 들려오는 말들이 있다.


“애는 언제 가져?”, “애기는 아직이야?”, “늦게 애 가지면 고생한다?” 등등


어차피 반골 기질이 강한 나는 그 이야기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삶의 궤적을 걸어갈뿐.

하지만 각자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기는 어떻게 하지…?’


2021년 초 운명이 이끌듯 우리의 화두는 ‘아기’에 모아졌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큰 어려움 없이 우리에게는 아기가 생겼다. 얼굴이 동그랗고 복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아빠의 바램에 따라 태명은 ‘만두’가 되었다.


모두가 우리 만두의 탄생을 축하해주었다. 특히 조부모님들은 엄청나게 좋아하셨다. 그 전까지는 아기를 가지면 효도하는 느낌이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살짝 이해도 갔다.


그리고 나는 편견에 둘러쌓인 세상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집안 살림을 도우며 자랐고,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형과 자취 생활을 하며 살림을 도맡았기 때문에 집안일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 덕분인지 우리의 부부 생활에서는 집안일로 싸우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누가 더 하려고 해서 경쟁이 일어날 뿐…


그래서일까. 나는 만두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럼 내가 애를 봐야지.’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교직에 있다. 대학도 관련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초 직장에 있다. 그래서 내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동료 선생님들이 희망과 용기를 주실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애초에 전제가 잘못되었다.


“애 엄마 옆에서 많이 도와줘요.”,

“휴직 기간동안 대학원 논문 쓰면 되겠다야~”,

“애 엄마가 쉰다는걸 허락해줬어요?”


설명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가 혼자 백일이 막 지난 아이를 돌본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설명 후에도 반응은 마찬가지.


“애 혼자 못 키울텐데?”,

“어린이집 0세반 한번 알아봐요.”,

“처가에서 맡아준다지?”


주변에서 하도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내 마음 속에서는 간만에 반골의 기질이 되살아났다.


‘만두가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말할 수 있도록 키워내야지!’


만두를 맞이하기 위해 육아와 관련된  많은 책들을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가지 벽에 부딪쳤다.


‘아빠를 위한 육아서적은 없다. ‘


정확하게는 아빠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에세이 종류는 간간히 볼 수 있지만 아빠가 육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행동지침을 알려주는 책은 찾을 수 없었다. 엄마 중심으로 한  육아 서적을 읽으면 되지만 편견들 속에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때 처음으로 알았다. 사회적으로 파편화되어 있는 작은 편견의 조각에 찔려가며 살아가는 이 느낌을. 주변 사람들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들을.


이런 것들을 극복하게 하고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사람은 내 와이프이다. 처음에는 걱정도 했지만 나의 굳은(?) 결심에 믿음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내 다른 가족들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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