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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뚜 Mar 07. 2022

부모가 된다는 건.

[엄마 시점] 어서와, 출산-육아는 처음이지?

 오빠는 올해 새로 옮긴 학교에서 ‘교과전담교사’를 받았다. 무려 1, 5, 6학년 8~9개 반을 돌아다니며 음악과 도덕, 안전한 생활 수업을 한다. 개학 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병행될 줄 알았는데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매일 등교수업을 한단다. 만두 출산까지는 3월 2일부터 열흘이 채 남지 않았는데...     



고민 끝에 나는 오빠가 출근하는 동안 잠시 친정에 가있기로 했다. 물론 아빠도 사회생활을 하시지만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에서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으셨다. 감사하게도 엄마가 먼저 집에 와서 출산 전까지 있다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봐주셨기도 하고.     



 그렇게 만두 출산 8일 전, 오빠와 나는 어쩔 수 없이 생이별(?)을 했다. 만두의 존재는 기쁨과 행복 그 자체이지만 그래도 우리 삶에서 오롯이 둘 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인데 이놈의 전염병 때문에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했다.     



*          



 우리는 삼남매인데 모두 독립을 해 지금은 넓은 집에 엄마, 아빠만 지내고 계신다. 처음에는 친정 생활이 어색했다. 독립한지 2년 밖에 안됐는데 어색하다니? 어색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루 이틀 지내다보니 다시 옛날 생각이 나면서 금세 이 집에 적응했다.          



 ‘빰빠라빰빰 빰빰 빰빠라빰빰 빰’          



 아침 7시, 거실에서 아빠의 기상나팔이 울렸다. 아빠는 입으로 기상나팔을 부신다. 평소였으면 11시에 일어났을 텐데. 이 소리를 듣고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부엌으로 나가니 이미 밥상이 차려져있었다. 매일 따뜻한 밥과 국,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주는 엄마. 내색은 안하시지만 매번 내게 먹고 싶은 건 없냐고 물어보시는 아빠. 오빠와 떨어져있는 건 아쉽지만 집에 오니 극진히 대접받는 느낌에 몸은 편하다.      



엄마, 아빠는 말하신다.

너는 먹고 싶은 것만 말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앉아 있어.     



 옛날에는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했다. 두 분 다 표현을 잘 하시지 못했다. 다만 기뻐하셨을 때가 있는데 내가 시험을 잘 보거나 상을 타왔을 때였다. 어린 마음에 부모님의 인정과 칭찬이 기뻐 그걸 원동력 삼아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부에 관심이 생기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자 내 앞날을 위해 공부했다.     



 나는 내가 이룬 성취들이 오롯이 내 노력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내가 이룬 것들은 내 덕이었다. 그런데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나니 오롯이 내 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퇴근하고 나서 해야 할 집안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오빠랑 나눠서 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랬다. 체력거지인 나는 일과 집안일만 하고 나면 금방 피곤해져서 늘어져 쉬거나 이른 저녁잠을 자기 일쑤였다.      



 이제야 안거다. 결혼을 한다는 것,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다는 건 부부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양보하고 일정부분 희생을 요한다는 것을. 내 벌이는 하면서 결혼도 하고 만두도 낳을 수 있는 건 지금까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엄마, 아빠의 희생과 보살핌 덕분이라는 것을.     



 그 희생과 보살핌도 ‘사랑’의 한 형태였을 텐데 어렸을 때는 그게 안보이더라. 외벌이에 자식 셋을 키워야 하니 두 분의 삶은 고단하셨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나와 동생들은 그 고단함에 섭섭함을 느꼈을 뿐.



 엄마 아빠가 조금 더 여유로웠다면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부모는 자식에게 조건 없이 베풀고 사랑을 준다. 형태가 어떻든 간에 자식이란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더없이 행복한 일인데 내가 부모가 되기 전까지 그 사실을 깨닫기가 어렵다.      


 이제는 자식들 다 키우셨으니 당신께서 하고 싶은 것들 하시면서 여유롭게 사시라고 말씀드리지만 그 모든 게 말뿐인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엄마가 차려준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아빠가 사다준 과일을 먹으며 엄마가 정리해준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니까.        



 이러지 말아야지, 스스로 해야지 싶다가도 만두 생각을 하면 또 가만히 있게 된다.


부모가 낳은 자식이 부모가 되고

그 부모가 낳은 자식이 또 부모가 되고.


 아마도 엄마 아빠를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은 내가 똑같이 부모가 되면서 ‘내 자식’에게 갚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래서 내리사랑밖에 없다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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