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나는 말을 먹고 자랐다
내 앞으로 떨어지는 수많은 단어들.
어떤 때엔 그 말들이 모두 나인 것 같아 좋기도 슬프기도 하였지만
사실 그것들은 나랑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때가 많았다.
그래도 이십대 초반에 들었던 칭찬의 말들은 나를 무럭무럭 나아가게 했다.
짧은 시절을 같이 했던 어떤 언니.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면서 "영민하다는 말을 들으면 네 생각이 나", 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지만 나는 그 말로 몇년을 살았다.
긍정적인 단어들은 나를 어떤 모양으로 키웠을까
또 부정적인 것들을 나를 어떤 모양으로 구부러지게 했을까
좋은 말들만이 나를 곧고 바르게 만들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은 뾰족함을 내뻗는 동안에
옆구리 어느 쪽에 동굴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건 당장에 가지를 뻗고 자라날 때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주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렀을때
아주 먼 발치에서야
내가 어느 쪽으로 휘어 구부러진 나무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