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억 원쯤 가지면 어떤 기분일까?

천억 자산가와의 저녁식사

통장에 천억 원쯤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100,000,000,000원


0 이 너무 많아서 하나쯤 없어져도 티도 안 날 것 같은 많은 숫자들.

천억이란 숫자가 제대로 통장에 찍히기나 할까?

(통장에 겨우 찍히긴 한다)


지난주 천억 원을 가진 자산가와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몇 년 동안 고객으로 알고 지낸 분인데, 지금은 제가 일하는 곳을 옮기게 되어 직접적인 제 고객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경제 시황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분과 인연을 맺은 뒤 처음으로 술자리를 겸한 저녁식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참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뵈어 서로의 반가움을 나누고, 이런저런 각자의 근황, 경제시황, 자녀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가다가 제가 너무 궁금한 것을 여쭈어보았습니다.


천억 원쯤 가지신 분께 너무 궁금한 것들이 있는데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대표님은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원래도 어느 정도 유복한 환경에서 지내신 분이라 갑자기 부자가 됐다 이렇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그전보다는 갑자기 엄청난 부자가 되시긴 한 거죠.)


“대표님은 더 부자가 되니, 더 행복해지셨어요?”


대표님의 표정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좀 취한 탓도 있을 것이고요. 대표님이 선 듯 대답을 안 하시고, 제가 느끼기에 대표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고 생각할 무렵, 저는 괜한 질문을 했나 속으로 쫄리더군요.


대표님이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라고 말씀하는 데 그 진심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돈을 아무리 펑펑 쓰려고 해도 저절로 쌓이는 이자가 쓰는 양보다 더 많고, 어차피 이 돈을 다 쓰고 죽지 못할 것도 알고 있다.


편리함은 있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가끔 젊은 청년들과 이야기할 때 돈이 행복을 주지 않는다, 너무 돈만 좇지 말아라,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내 제가 주춤하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제가 그만큼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라는 걱정이 들어서입니다.


근데 다음번부터는 조금 더 당당히 이야기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니라 대표님의 말을 빌려서 말이죠.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트럼프가 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