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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04. 2024

글이 변했다. 나도 변한 모양이다.

"무슨 일 있어?"

글이 변했다. 나도 변한 모양이다.


  "무슨 일 있어?"


  뜬금없이 친구가 묻는다. 낯간지럽다고 왜 그러냐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그들은 걱정을 숨긴 채, 무슨 일 있냐는 말을 다시 한번 한다. 별일 없다 하고는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끝이 아니다. 독서모임에서도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냐는 문장을 찍어내신다. 반복되면 생각하게 된다. '왜?' 내게 말한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내 글을 읽는 이들.'


  라이킷 하나 누르지 않지만 꾸준히 보는 친구. 로그인까지 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읽는 지인 하나. 이제 함께 글을 쓰는 독서 모임원들. 그들은 무언가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왜 그럴까 하고, 예전 글에서부터 지금 글까지 드문 드문 읽어봤다. 보였다. 글이 변했다. 가족이 있고, 밝던 글에서, 속 이야기가 잦고, 채도가 낮아졌다.


  글은 내면을 보이는 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맞다. 내가 변한 모양이다. 내 속이 바뀌는지도 모르고 난 글에 마음을 찍어내며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새삼 놀란다. 내가 나를 이렇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 하나와 글이 참 나를 잘 반영한다는 사실 하나.


  소크라테스가 델포이 신전 내부를 거닐며 봤을 문장. "너 자신을 알라." 자기 성찰 능력이라 할 수 있고,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는 그 말이 떠오른다. 우리 삶 전체가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하면 이 보다 무거운 문장은 없고, 이보다 큰 숙제도 없다. 역시 위대한 철학자는 어려운 말을 쉬운 문장으로 남긴 모양이다.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나를 참 모른다. MBTI로 분류해보기도 하고, 혈액형으로 나눠보기도 한다. 그래도 잘 모른다. 나도 내가 왜 이럴까 싶을 때는 나를 알지 못한 탓이리라.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이 여럿일 수 있다. 글쓰기도 그중 하나인건 틀림없다. 내가 쓰고 있어도 나도 이렇게 모르지 않나. 그래도 시간이 지난 뒤, 변화한 나를 알 수 있는 흔적을 남기는 일이 바로 글쓰기다.


  쉽지도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국 모른 채로 끝날 수도 있다. 평생 풀어야 하는 숙제일 테니. 쉽지 않다. 때때로 쓰기가 버거운 순간이 오지만, 쓴다. 힘들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고난을 겪는 일이리라. 고되지만, 를 꺼내본다. 부끄럽지만 나를 유심히 본다. 변하는 내 모습을 기록해 둔다.


  글을 쓰고 있다. 변화한 나를 관찰하는 내가 있다. "무슨 일 있어?"에 답은 아직 어렵다. 글을 쓰며, 무슨 일 있는지에 대한 답을 준비한다. 얼버무린 이들에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말하고 싶다. 글을 써 내가 누구인지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너희들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하겠노라고 다짐한다. 글을 쓴다. 쓸 이유가 계속 생기니, 또 써본다. 글을 쓰기에 빠지니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본다. 깜빡거리는 커서를 보며 내가 나에게 묻는다.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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