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번개가 살짝 무서워 나가지 않았다.
사실 핑계였다.
아들과 아파트 헬스장에 가서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온몸의 살들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뛰어서 몸속의 장기까지 탈탈 털어내야 하거늘 번개를 핑계로 집에 머물렀다. 대신 팔 벌려 뛰기를 백번 하기로 했다.
놀란 다리가 덜덜덜 떨리며 아프다.
이렇게 운동을 안 하다가 죽겠다 싶은 게 자꾸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백번을 다 뛰고 나니 몸이 적응한 느낌이다.
긍정의 아이콘인 난 늘 좋은 생각만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잘되고 있고, 잘하고 있고, 좋은 일만 생길 거라는 막연한 상상 내지는 공상을 한다.
비현실주의자일수도 있고, 이상주의자 일 수도 있겠지만 부정의 언어나 생각이 절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절대로 긍정심을 잃지 않는다.
반전이 있다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
다 잘될 거야. 행복해. 하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기억.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미 다음날 아침이 된 시각이다.
기뻤던 일을 떠올리려 하자니 기억이 잘 나지 않다가 난 항상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던가에 생각이 머무르던 즈음이다.
쥐어짜야 할 정도로 기쁜 일이 없던가.
아니다.
기쁜 일이라는 것이 엄청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무엇에 합격해야 한다거나 로또에 당첨된다거나 그 정도는 되어야 기쁜 것이 아니라 그냥 매일이 기쁘다.
그렇게 생각한다.
식구들이 건강해서 기쁘고, 기다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어서 기쁘고, 날이 좋아서 기쁘다.
새로 산 북커버가 마음에 들어서 기쁘다.
국화꽃이 수놓아져 있는 북커버는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남에게 보이지 않아서 좋다.
그깟 제목이야 보인다고 뭐 대수겠냐만은 그냥 숨기고 싶은 순간이 있다.
예쁜 것이 사람을 기쁘게 한다.
아름다운 외모의 사람을 보고 지상 최고의 개그맨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맞다.
예쁜 것을 보면 기쁘다.
어젠 다이소에 들렀다.
선물용 종이 상자를 사려다 눈에 띈 건 다양한 스티커들
집에 들어와 다이어리에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한다.
아들이 묻는다.
"엄마 뭐 하시우? 다이어리네. 나도 해 보까?"
이러더니 거실에 펼쳐놓은 이불에 눕는 아들 녀석.
어두운 데서 스티커 붙이는 엄마를 위해 부엌불을 켜준다.
난 왜 컴컴한 부엌에서 이러고 있나.
그러든지 말든지 기분이 좋아진다.
날짜를 쓰고 새로운 스티커를 붙인다.
나, 새거 좋아하는 사람이었네.
새 책을 살 때, 여행을 다니는 순간, 멋진 전시회를 볼 때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사람이 나라는 것.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새로움을 느끼고 생각의 틀이 깨어지며 깨달음이 올 때 가장 기쁘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순간이 기쁘다.
당연한 듯 찾아온 오늘이 감사하고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