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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사이

by 마음돌봄

살면서 가장 고민한 두 단어다.

대학교 때 만나 지금까지 변한 없는 사이인 친구는 참으로 현실주의자이고, 난 이상주의자였다.

트로츠키와 스탈린 같다고나 할까(이것은 적절한 비유일까 한참 생각해 본다)

그 성정은 역시나 변하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 아니다.

타고난 성격이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늘 꿈을 좇는 이미지는 나였고, 현실을 빠르게 파악하는 건 그 친구였다.

우린 서로 중간이 없지만 잘 맞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사이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가끔 염세적으로 친구가 느껴지면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그건 오만이자 나의 교만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란 무언가. 서로 욕도 해주고 공감해 주는 게 최고가 아니던가.

그녀는 단 한 번도 나에게 꿈깨라 라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면박을 준 적도 없다. 가끔 팩폭을 날릴 때가 있어서 오히려 삶에 도움이 된다. 지극히 할 말만 정확히 해주어서 흔들리는 판단에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단지 나의 긍정적인 마음이 많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더 자라면 좀 더 여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긍정의 에너지여 그녀에게로 전달.








사실 이상과 현실이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흑과 백처럼, 낮과 밤처럼, 이성과 감성처럼,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처럼(지구의 핵을 뚫고 지나가면 이곳을 만나리) 공존하는 존재.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게 인간의 오랜 습관이고 꿈이니까. 실제로 그렇게 이 세상을 만들어온 것이니까. 우주에 가고 싶은 인간의 소망은 우주선과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고,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자전거 가게 형제의 꿈도 이루어졌다. 지역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대한민국의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는 그런 꿈과 현실. 마이클 잭슨을 보며 자란 서태지가 대중문화의 혁신을 이루고, 후배들의 음악의 판도를 바꾸는 것처럼. 전 세계 청중들이 BTS의 제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처럼 이상은 현실과 닿아있고, 현실은 이상을 실현한다.


나의 이상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고 늘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것은 끌어당김의 법칙과는 살짝 다르다. 긍정확언에 더 가깝다. 긍정 언어를 퍼트리는 사람 곁에 있으면 어떤 기운이 느껴지는가. 갑자기 삶의 의욕이 솟고,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거 같으며, 자신감 뿜뿜 하며 뭔가를 외치고 싶지 않던가. 반대로 조용히 나만의 결심을 중얼거리며 눈알을 바삐 굴리기라도 하게 된다. 마음이 조급해지기보다는 연한 희망이 생기고 좀 더 괜찮은 내가 되어간다.






오늘도 물론 이상을 위한 하루를 보냈다.

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노트북을 열고 몇 자 적기 시작하고, 인스타 피드에 오늘의 필사와 소식을 올렸다. 아직 겸손할 단계는 아니어서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펀딩 마무리 소식도 올렸다. 오전엔 샵에서 일을 하고, 불나게 달려와 공부방 환경을 정리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일단 창고에 밀어 넣었으며, 욕실 청소와 기타 청소를 우사인 볼트처럼 매듭지었다. 수업을 끝낸 후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다가 남편과 쓰레기를 버리고 빨래를 하고,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나니 밤이다.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시간이다. 다행히 마지막 학생이 수업 준비를 너무 잘해 와서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없어졌다. 고맙다 학생이여. 이상을 위해 현실을 희생하거나 현실에만 갇혀 이상을 등한시하지도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요즘 살아가는 방법이다. 소중한 일상이지만 낮은 현실에서 높은 무언가를 꿈꾸는 것, 힘든 줄 알면서도 견디고 가는 것(가끔 아주 많이 딴청 피우지만). 끝까지 가는 것만이 결국 목적지에 우리를 데려다줄 것이다. 못 먹어도 고! 일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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