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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세계일주>

by 마음돌봄

여행 책을 읽게 된 건 오랜만이다.

스무 살, 혹은 이십 대 가장 많이 여행 책을 읽었고 마음도 그만큼 부풀어 올랐다.

삼십 대에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반드시 함께 가리라, 한 달 살기를 하리라 다짐하며 여행 책을 읽었고

아무런 결과 없이 지금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 버렸고, 쉽사리 떠날 수 있는 나이가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체력은 어떠한가.

당연히 더 젊었던 날과는 다르다.


이 책에 눈에 띈 건 SNS에서였다.

<틈만 나면 세계일주>라니...

틈이라니, 뭔가 끌리는 제목이 아닌가.

<마음먹고 세계일주>, <각 잡고 세계일주>가 아니라 '틈'만 나며.

인생에는 수많은 사건들이 있고 바쁘게 돌아가지만 사이사이 미세한 틈이라는 게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래, 작가의 틈을 한 번 엿보러 가자.

어떻게 틈만 나면 세계 속으로 떠나는지 알아보자.

서평을 망설이다가도 느낌이 오는 책은 과감히 도전해 보는데 이 책이 그랬다.

나름 서평을 신청하면 당첨률이 높다.

다른 출판사의 책도 신청한 상태라 내심 두 권이 동시에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운명인지 필연인지 다른 책은 주소를 늦게 보내 자동 취소가 되었고, 여행 책을 받게 되었다.


작가는 나와 동향인 분이다.

지난 8월 지역의 새로 생긴 도서관에 강연도 왔었다.

그때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움도 잠시고, 밝은 기운이 넘쳐나는 내용에 오랜만에 기분이 막 녹아가는 마시멜로처럼 포근해졌다.

그래, 이거야. 이런 삶을 원했잖아.

고생도 해보고 깨달음도 얻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얼마나 강해지고 싶었는지. 새로운 곳에 던져졌다면 내가 또 얼마나 변했을지.

그 기회를 난 스스로 놓아버렸다.

대학생 때 작가처럼 워킹홀리데이를 갈 기회가 있었다.

책 속에서처럼 호주는 아니고 캐나다였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낯선 환경에 대한 용기 없음에 지레 포기해 버렸는데.

스물두 살의 나를 만난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꼭 말해주고 싶었다.


권보선 작가의 말처럼 이십 대는 이십 대의 행복이 육십 대는 육십 대의 행복이 있게 마련인데

왜 그토록 스스로를 내던지는 것이 어려웠을까?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현재를 희생해 버리는 것도 어쩌다 꽤 오래 습관이 되어버렸을까?

그때의 경험 덕분인지 이후에 난 뭐든 다 해보자라는 주의로 바뀌어서 여러 가지 것을 도전해 보기도 했지만 큰 기회를 놓친 건 분명하다.


권보선 작가는 홀로 여행을 하고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뭘 할 때 행복한지, 불행한지.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도,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 생각할 때도 결국 본질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빈 말이 아님을 살면서 수십 번 깨닫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나 자신에게 다시 외쳐본다.

누구나 하는 스펙 쌓기가 아니라 독특한 자신만의 스펙과 스토리를 만든 권보선 작가처럼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보겠노라고.

오히려 나를 보고 비웃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진짜 성공할 수 있는 증거라도 믿어도 된다고.


'틈'만 나면 더욱더 목표를 위해 움직여보고 싶다.

아이들이 컸으면 큰 대로 함께하는 여행은 즐거울 것이다.

혼자서는 아직 두렵지만 홀로 여행도 꼭 도전해 볼 것이다.

온갖 고난이 동시에 몰려올 때가 비로소 운이 트이는 시점이라고 했던가.


다시 한번 삶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보니 역시 책이란 참 좋은 존재라는 생각이다.

지방에 있어도, 학벌이 좋지 않아도, 그 모든 건 그저 핑계일 뿐.

찬바람이 부는 이 계절, 따스한 햇빛 같은 책을 찾는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틈'만나면 세계일주.

'틈'만나면 나를 사랑하기.

오늘의 행복을 절대로 미루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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