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좌판을 기웃거리지 마

by 황인경

이제 뭐라도 사야 한다

애초에 들여다보지 말걸

동네길 아무데서 아주머니가 물건을 판다

늘어놓은 것들이 죄다 잡다해서

물건이라는 말로만 묶을 수 있다

아주머니는 국수를 먹다 말고

핫핑크 캡모자를 권한다

호객에 성의가 없다

그냥 국수 드시지

어쩌지 살만한 게 도저히 없다

집어든 접시에는 누구 이름이 새겨져 있고

나무 도시락통엔 뭘 담아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서 난 너무 아마추어다


저녁 공기가 일순 바뀌고

갑자기 나타난 구청 직원이 으름장을 놓는다

일부러 성을 내는 폼이다

물건 가져가면 또 찾으러와서

왜 나만 그러냐고 하실 거잖아요

나는 까만 비닐봉지를 아직 못 받아서

아마추어답게 우왕좌왕하다가

얼떨결에 철수를 돕는다

국수는 불고 있다


몇 사람이나 지나쳤는지 몰라도

함부로 기웃거린 탓에

노점상 아주머니와 구청 직원, 나

수상한 춤을 춘다

화요일 연재
이전 01화테이스팅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