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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맛

by 황인경

아저씨가 쭈그려 앉아 쇠파이프를 자르고

골목에 피냄새가 찬다

불의 꽃이 만발한다

아이들이 더운 숨을 뱉으며 뛰어간다

그림자가 뒤따라 간다

혀끝으로 송곳니를 만진다

아랫입술을 일부러 세게 깨문다

앉은 자세를 고친다

나는 조립이다 나는 조립이다

이름이 하나뿐인


비명을 입 속에 감춘다

건물 그림자가 길어지고

고양이가 길게 걸어간다

나는 조각이다 나는 조각이다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손등에 나무 냄새가 베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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