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파미레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주 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곤 했다. (지금은 일찍 닫는 곳이 많지만.)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시간 속에서, 고독과 상실 그리고 안식을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일본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무라카미의 소설 속 패밀리 레스토랑이 막연한 동경의 공간으로 느껴졌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밤새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
평범함 속에서 각자의 외로움을 발견하고 또 잠시 쉬어 가는 그곳은, 일상의 피로도 관계의 복잡함도 없는 ‘어른들의 세계’처럼 보였다.
대학생이 되어 일본에 오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소설에서만 접했던 그곳에 가게 되었다.
그곳은 소설 속의 몽환적인 공간과는 달리, 값이 저렴한 대신 맛은 평범했고 커피도 묽었으며, 사람들의 대화소리와 접시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시험공부를 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장소로는 제격이었다.
그때부터 나에게 패밀리 레스토랑은 동경과 낭만이 사라진 현실의 공간, 이른바 ‘다목적 시설’에 가까운 곳이 되어버렸다.
사회인이 된 후, 맛집을 찾아다니기 바빴기에 굳이 그곳을 찾을 이유가 없어 십 년 넘게 발길을 끊었었다.
시간이 흘러 결혼도 하고 아이가 태어난 지금, 우리 집 미취학 아동의 요구로, 나는 다시 그곳에 자주 가게 되었다. 어린이용 메뉴와 캐릭터 콜라보 식기가 놓인 테이블에서 아이의 조잘대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한다.
그때 문득, 예전에는 몰랐던 알 수 없는 소란 속 풍경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장소도 이렇게 다르게 느껴진다. 장소가 변한 게 아니다. 변한 건 나 자신이다.
패밀리레스토랑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만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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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무라카미 하루키 저 <애프터 다크> 인용
私たちは「デニーズ」の店内に入る。面白みは無いけれど必要十分な照明、無表情なインテリアと食器、経営工学のスペシャリストたちによって細部まで緻密に計算されたフロアプラン、小さな音で流れる無害なバックグラウンドミュージック、正確にマニュアル通りの対応するように訓練された店員たち。
우리는 ‘데니스(Denny’s)’의 매장 안에 들어간다. 재미는 없지만 충분한 조명, 무표정한 인테리어와 식기, 경영공학 전공자들이 세밀하게 계산해 놓은 평면도, 작은 소리로 흐르는 무해한 배경 음악, 그리고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응대하도록 훈련된 점원들.
(사진출처: 東洋経済 撮影:尾形文繁、風間仁一郎、今井康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