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장대에서 울다.
역사 깊은 곳에 가면 옛날 사람들은 여기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오니 수원 시내가 잘 보이는구나.
조선시대에 정조대왕은 서장대에서 군대를 지휘했다고? 저 아래 광장까지 목소리가 들릴까? 아니야. 정조가 명령을 내리면 아랫사람이 부지런히 내려가 전달했겠지. 아니야 호령하는 목소리가 워낙 커서 아래까지 잘 들렸을지도 몰라. 서장대는 수원시내를 내려다보며 여러 가지 상상에 잠길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수원의 팔달문 정상에 있는 수원화성 서장대를 올라가는 팔달문 입구는 내가 수원으로 전학 왔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시내에 나오면 꼭 들르곤 했던 핫한 장소이다. 지금의 스타필드 같은 곳이랄까. 친구들을 만나면 경사진 수원성 자락의 팔달문 입구를 올라 서장대에 한 번씩 들르곤 했다.
내 나이 마흔이 넘어 서장대를 올라본다. 또래 아이들이 서장대에 올라와 떠든다. 태권도에 다니는 아이들을 관장님이 데리고 왔나 보다. 얼핏 보니 여자 관장님이다. 스피커를 가진 아이에게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는데 제목은 모르지만 나도 아는 노래이다.
초등고학년주터 중학생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 30여 명가량이 서장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노래도 듣고 수다도 떨고 흙바닥에 그림도 그린다.
나는 그 모습을 보는데 이유 모를 눈물이 흘러내린다. 멈출 수가 없다. 오후 9시가 넘어 깜깜한 밤이라는 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