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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주기가 여기도 필요했어

내김밥 옆구리 터지는 이야기

by moca and fly


먹는 게 남는 일인 것처럼 요즘은 집밥을 더 많이

해먹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집김밥


흔하디 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게 김밥이지만 가끔 미어터지게 재료를 넣은 집 김밥이 당길 때가 있다.

계란지단을 무념무상으로 붙이고 냉장고에 있는 숨어 있는 재료들을 소집한다.

그래서 어느 날은 단무지가 없는 김밥도 있고 어느 날은 구워 먹으려고 올리브유에 재어놓았던 등심이 김밥 재료로 소환되기도 한다.

이날은 단무지를 일부러 샀던 날인 가보다.

급하게 매번 사진을 놓치니 이렇게 막 설정 안된 사진이 글 속에 담긴다.





재료 준비는 이제 후다닥 동시다발적으로 해내지만 결혼하고 내내 지속적으로 힘들었던 건

김밥 말기였다.

김 발도 사보고 김밥 집에서 아주머니가 김밥을 썰 때 주머니 속에서 손을 꼼지락대며 연습도 해보았지만 그렇게 잘 터지고 찢어졌다.


김이 문제인가 싶어 김도 참~ 많이 바꿔봤다.

칼이 문제인가?싶어서 칼도 바꿔봤다.

김밥이 반들반들 야무지게 나란히 몇 줄 늘어져있는 게 참 보기 좋은데 막상 썰기는 두려웠다.

그래서 아이의 소풍 김밥을 쌀 때는 도시락통에 들어가는 것보다 2배 정도는 싸놓고 터진 거 빼고 넣어놓기도 했다. 나머지는 당연히 그날의 아침식사나 아이의 간식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 경험치가 몇배는 쌓이고 나서 알게된 나의 김밥말기의 문제는 연장 탓이 아니었다.

바로 힘주기

손가락 힘주기였다.

시작할 때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속 재료가 든 김밥을 끝까지 야무지게 말아주는 게 포인트였다. 어떤 사람은 김밥을 말기 시작하면서 바로 김밥의 끝에 척하고 갖다 붙이라는데 당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는데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돌돌 말기 시작하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날부터 김밥이 갑자기 덜 어려운 요리가 되었고 심지어 재밌어졌다.

아,물론 수련의 자세가 필요하긴했다.


요리도 힘을 줘야할때야 적당히 덜어낼때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콩나물을 무칠때는 손가락에 힘을 잔뜩주었다가는 망하기 쉽상이다. 손가락 힘을 빼고 슬렁슬렁 콩나물을 뒤집어가며 양념을 섞어준다.

대충 넣어, 약간 넣어 ,쬐끔 넣어는 엄마의 고정멘트인데 나도 결국 이 단어를 쓰고야만다. 손가락끝에 약간 힘을 주고 말아보기

​내가 요리에 자신이 붙을 때 밥상머리에서 식구들한테 꼭 하는 농담이 있다.

" 나 식당 차릴까?"

사진찍은 이날은 먹음직스럽게 깨까지 뿌려서 식탁에 올려진 김밥과 워머에 올려진 어묵탕을 두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밥 집! 김밥 집!!

애들이 대답이 없다. 남편도 대답이 없다.

그냥 맛있어서 그런 걸로 어어 그런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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