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은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내가 과학학원 부원장으로 근무할 당시인 2015년 가을이었다. AEC(Asian Expats Club) 인도에 있는 아시아인들의 모임에서 한 달에 한번 정모를 했는데 보통은 호텔 브런치를 즐기며 커피 모닝을 즐기는 사모님들이 주로 오셨다. 당시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원 홍보에 힘쓰던 시절이라 여기에 부스를 얻어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로 했다. 실험용 가운을 입고 텅 빈 부스를 지키고 있는데 한 한국분이 효은씨를 소개해 주셔서 처음으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인도에서 한국 제품 <중고 매매>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과 하는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에 추진력 있는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해 내가 부동산 회사에 취업하게 되면서 교민분들을 위한 봉사의 일환으로 제휴 할인을 제안했고 이를 통해 효은씨를 더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직접 들어보는 효은씨의 중고 밴드&교민 밴드 이야기
이효은 님의 글:
인도에와서보니육아용품가격이꽤비쌌다. 예를들면, 피셔프라이스로얄스텝 스툴유아변기가한국에서는 20,300원(2021년 4월기준)인데반해, 나는이것을수년전에 3600루피(환율팍떨어진 2021년 4월 기준, 54,180원)를주고샀다. 그당시환율로는못해도 6만원넘었을것이다. 미국아마존을직구도해보았는데, 배송이안 되는제품들도많고배송료도비쌌다. 한인 숫자가많지않은인도에서는귀임자가지인들에게쓰던물건을팔고 가는식으로알음알음으로중고 물건이거래되고있었다. 1인지점장으로발령받아왔기때문에, 우리는사내네트워크를기대할수없었고, 주변아기 엄마들은아이들나이대가겹쳐내지인에게서필요한것을사기가어려웠다. 나는인도 오기전까지살았던인도네시아의중고나라네이버밴드를떠올렸다. 수도자카르타에만한인 10만 명이상이거주하는만큼, 자카르타와주변을중심으로중고나라밴드가매우활성화되어있었다. 인도입성 8개월차인2015년 12월 12일,나는델리구르가온노이다중고나라밴드를만들었다. 이들 3개도시는델리 NCR (이른바수도권)이라고불리며, 한국회사들과한인들이많이모여있는도시들이다. 만들당시이곳에네이버밴드를쓰는사람들은거의없었다. 나는밴드가입방법을적은홍보물을출력하여한인 슈퍼의문, 벽, 한식당문등에일일이허락을 받고붙이러다녔다. 당시내가방속에는늘 A4용지홍보물과가위와박스테이프가들어있었다.
첫 번째 중고나라 밴드 홍보물 : 흑백 인쇄가 빈티지스럽다. 얼마 후 노이다를 추가했다
주변 지인들을동원해 12명이채워졌고, 이후입소문을타고 200명정도가되었을때나는평소알던 지인분께공동 리더를제안하여그때부터첫 번째귀임했던 2018년말까지 3년 동안함께운영했다. 도와주신분들덕분에크게성장할수있었다. 리더십으로진두지휘해주신공동 리더분의감사함은말할것도없고, 병원슈퍼카페소품샵등등교민 밴드카드를제시하면할인해주는제휴 할인업체를제안/섭외/관리해준 CBRE 윤수경부장님의절대적인도움, 그리고향후에한인회에서만드는교민 월간지 <나마스떼>에무상광고를실어주신인도한인회까지, 무엇보다도가장감사한것은밴드초기에판매글과질문글을열심히올려준나의지인들이다. 글을쓰기위해밴드시작 글부터다시봤는데그즈음글을쓴아이디들이모두내지인들이라글 좀올리라고독려하던(혹은반협박하던) 옛날생각이나서많이웃었다. 중고나라밴드를만들고보니, 자꾸광고를올리는회원들이생겨나교민 밴드를추가로만들었다. 처음에는생업을하는교민분들을위해광고를올리시라고만든것이었는데, 이후인도 생활에대한정보공유의방으로발전했다. 두밴드는이후큰밴드로발전했고, 내가첫 번째귀임을한 2018년말에는인도북부의대표적인한인커뮤니티로자리매김해있었다. 위밴드들이수익모델은아니었지만, 이일은내게중요한것을가르쳐주었다.<불평으로 끝내는 것, 대안을 생각하는 것, 실천을 하는 것, 그리고 결과(성공 혹은 실패)까지 만들어내는 것> 중에 어디까지 해봤니, 에 따라 이후 내 삶의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지금내인생은 <필요한일을한다>는뚜렷한방향성을가지고있다. 그일이흥미로운지, 지루한지, 쩐이많이들어오는지, 시간이많이드는지등은세 번째필터에불과하다.
그럼두 번째필터는무엇일까. <이길 수 있는 자리에 들어간다>이다. 소위 <타(打)점>이라고 부르는 자리이다.중고나라 밴드가필요했고, 수요는있는데공급이없는자리에서나는확신을가지고밴드를만들었다. 밴드를쓰는사람들이득점하는동안, 나는타점을올렸다. 세상에는아직도부족한것이많고, 반대로말하면, 시작할수있는일들도많다.불편을바꾸는퍼스트펭귄으로살아가시길.
당신도,
나도. <끝>
인도 멋쟁이 효은씨
효은씨가 만든 교민 밴드의 현재 회원수는 3,053명/ 중고 밴드는 2,890명이다. 후에 생긴 <재인도 한인 총 연합회>의 회원수는 현재 약 5천 명이 넘는다. 코로나 이후 밴드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효은씨는 현재 귀임을 한 상태여서 인도에는 없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씨앗이 큰 열매로 성장해서 교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도 효은씨처럼 교민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