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위험의 외주화' 끝날까

by 연산동 이자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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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가동이 중지된 보일러 타워를 해체하기 위해 기둥을 잘라내던 중 붕괴했는데,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는 1981년 준공돼 40년이 넘은 노후시설이었죠.


사고 직후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7명이 매몰됐습니다. 13일 오후 9시 기준 사망자는 6명이고, 나머지 실종자 1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고용노동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울산경찰청, 울산지검은 사고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번 사고는 높이 63m의 보일러 타워 중 25m 지점에서 사전 취약화 작업, 즉 철거 때 한 번에 쉽게 무너질 수 있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놓는 일을 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전 취약화 작업은 최상층부터 하고, 상층 부재의 내장재 철거나 취약화 작업이 완료되기 전에 아래층 주요 지지부재를 절단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 문제의 지점에서 작업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전망입니다. 또 사전 취약화 설계 때 사전 파쇄 범위와 철근 절단 방법 등 자세한 사항을 명시하게 돼 있는데, 이를 준수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9명 모두 하청 노동자


수사 과정에선 '위험의 외주화'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보일러 타워 공사의 발주 과정을 보면 공기업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발주받은 업체가 다시 하도급을 준 '재하청' 구조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모두 재하청을 받은 기업 소속이었는데, 매몰된 7명 중 정규직은 단 1명이고 나머지는 전부 계약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공기관조차 위험을 하청, 재하청 업체에 넘기면서 산재 사망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발주사에서 도급업체, 수급업체, 수급업체 내 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가 이번 중대재해의 또 다른 원인"이라며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씨가 숨진 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비슷한 사고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7월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가 사고로 숨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은 최근 5년간(2021~2025년 7월) 발전공기업 6곳에서 발생한 산재는 총 517건, 사상자는 523명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청업체 소속이 443명으로 85%에 달했죠.


'죽음의 외주화' 언제까지


위험의 외주화는 화력발전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4년(2022~2025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산재사망자 2118명 가운데 44.9%(952명)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사망자는 ▷2022년 644명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 비율은 ▷2022년 44.1%(284명) ▷2023년 43.5%(260명) ▷2024년 47.7%(281명)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사망자 287명 중 127명(44.3%)이 하청노동자였죠.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산재와의 전쟁'을 강조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직을 걸겠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산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안전점검이나 책임자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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