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쌩쌩 불던 지난해 12월.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손님이 찾아옵니다. 주인공은 진지한 눈매와 멋들어진 깃털을 지닌 희귀 맹금류 '관수리'.
관수리는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새입니다. 주로 스리랑카 일본 중국(남동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 다수 분포하는데요. 머리에 왕관을 쓴 듯 독특한 깃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날카로운 발톱과 강력한 부리로 뱀 도마뱀 개구리 등을 사냥하죠.
관수리는 길을 잃어 가끔 국내에 유입되곤 하는데요. 경남 김해·통영, 부산, 인천 소청도, 백령도, 강원 춘천 등지에서 몇몇 관찰 사례가 있습니다.
미아가 된
관수리
지난해 12월 부산 연제구에서 발견된 관수리도 마찬가지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한 시민이 신고한 덕분에 부산시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옮겨질 수 있었죠.
구조 당시 체온이 낮아 야생동물 전용 입원실에서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은 관수리는 이후 비행 활동 준비를 위해 넓은 회복실로 옮겨졌습니다. 올해 3월부터는 야외 원형계류장에서 비행 연습과 야외 환경 적응 훈련을 받았고요.
5개월간 회복 기간을 거친 관수리는 이제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관수리의 자연 복귀를 추진한다고 밝혔는데요. 방사 장소를 경남 창녕 화왕산 인근 옥천계곡으로 낙점했습니다.
이곳이 방사지로 결정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계곡 주변이 조용하고, 관수리의 먹이가 되는 동물이 풍족하게 서식하고요. 도심 빌딩의 유리창과 충돌할 우려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새는 투명창을
보지 못한다
'유리창 충돌 우려'라니. 그런 걸 왜 고려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을 텐데요.
새에게 투명창은 ‘보이지 않는 장애물’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투명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는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하죠.
새가 투명창과 허공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유는 '눈의 구조 차이'에 있습니다. 새의 눈 구조상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 어렵고요. 새가 날고 있을 때 시선이 꼭 앞으로 향하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어떠한 조건에서는 투명창도 거울처럼 보일 수 있는데요. 유리에 반사된 하늘, 구름 혹은 인접한 소식지는 새에게 진짜처럼 인식될 수 있습니다. 새는 반사된 유리에 가까이 날거나, 유리를 통과해 날아가려고 시도하는데요. 이때 창에 부딪히면 큰 부상을 입거나 죽음에 이르게 되죠.
새는 평균 시속 36~72㎞의 빠른 속도로 날아갑니다. 이 속도로 투명창과 충돌하면 그 충격이 매우 큰데요.
소형 조류의 두개골은 계란을 깰 수 있을 정도의 충격만으로도 부서질 수 있습니다. 투명창에 있는 힘껏 부딪힌 새는 대부분 충격에 의한 뇌 손상으로 죽게 되고요. 목숨을 부지해도 부리가 부러지거나 깃털이 빠지고, 눈 손상을 입어 더는 자연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됩니다.
관수리는 오늘(30일)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맞이하지 않기를, 도심에 불시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또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