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여행기, Artificer Coffee, Sydney
호주 3주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멜버른에서 2주간 머물게 되면서 시드니 쪽 카페는 비교적 많이 가지 못했다. 귀국 비행기는 저녁이라, 몇 군데 더 가보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섰다. Surry Hills에 위치한 Artificer Coffee, 아티피서 커피. 호주 카페는 식사와 커피를 같이 파는 곳이 많은데, 아티피서 커피는 커피만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Artificer 기능공, 숙련공의 뜻을 가진 단어다. 이름에서 커피를 대하는 태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
목요일 아침 9시, 대로변이 아닌 골목 안쪽으로 한, 두블럭 들어와야 가게가 보인다. 주택가에 둘러싸인 사거리 코너에 위치해있다. 동네 사랑방 느낌이 물씬 풍겼다. 방금 잠에 깬 듯, 부시시한 모습으로 커피 마시고 있는 남자, 신발 없이 맨발로 들어오는 커플,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들, 강아지와 함께 온 여자.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일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커피를 들고 가는 손님보다 마시고 가는 손님들이 훨씬 많았다. 일어나자마자 집 앞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며 동네 이웃들과 안부 나누는 모습. 상상만 하던 호주 커피 문화였다. 이게 진짜 로컬 커뮤니티구나! 내가 사는 곳에서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설령 커피가 맛없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물론 커피도 훌륭했다.
"일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일상 그 자체구나.
롱블랙을 마시며 손님들을 바라봤다. 나와 대화하는 건 아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날에 온 게 왜 이리 아쉬운 지. 아직 가볼 카페들이 남아있어 길게 머무르지는 못했다. 다시 시드니에 간다면 아침 일찍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