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여행기, Patricia Brewers, Melbourne
유명하고 커피 맛도 좋은 카페도 여러 군데 방문했지만 패트리샤 브루어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멜버른 머무는 동안 매일같이 찾아갔는데, 여느 카페와는 다른 매력을 느꼈기때문이다.
양방통행은 안될 것 같은 골목길, 테이블은 하나도 없는 작은 to-go 카페다. 세로로 긴 창문이 3개 있는데 창문마다 꽃병이 놓여있다. 2곳에서는 주문을 받고 나머지 한 곳에서는 마신 컵을 반납한다. 골목길에 주황색 우유박스를 의자 삼아 앉거나 서서 커피를 마신다. CBD에 위치해 있어 수트를 입은 직장인 손님이 많고, 대법원 근처라 중세시대 가발을 쓴 법조인들도 지나다닌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롱블랙을 한 잔 주문했다. 바닥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에스프레소 한 잔을 더 내어줬다.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가 커피 여행 왔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작은 카페에 6,7명이 일하고 있는데, 주문, 커피추출, 서빙하는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날마다 역할이 바뀐다.
특별한 커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에 앉아 바리스타와 대화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하지만 영업을 쉬는 주말과 멀리 관광을 하러 간 날을 제외하고 매일 갔다. 주문하며 나누는 짧은 대화면 충분했고,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호주 바리스타 대부분이 친절하지만 패트리샤에서 느끼는 친절함을 뭔가 달랐다. 친절함을 넘어 밝음이 주는 에너지라고 할까? 여러 날 가며 만난 다른 바리스타들 모두 똑같이 느꼈다.
멜버른을 떠나는 마지막 날, 여기가 멜버른 최고의 카페였고 그리울 거라고 말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바리스타 한 명 한 명과 엄지척을 주고받았다. 아쉬운 마음에 커피 원두도 한 통 구매했다. 돌아와서 패트리샤에 가봤던 분과 대화해보니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뭔가 있는 게 맞다. 공간의 완성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