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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OLO는 현실이다

<나는 솔로>에 대한 단상

by 홍그리

얼굴 팔리는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나는 솔로>에 나오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자. 이번 기수는 마침 결혼에 골인한 한 커플이 나왔다고 하는데 매우 축하할 일이다. 근데 그 경우의 수도 남녀 여섯 명씩 열두 명이나와 결국 한 커플만 성사된 거니 확률로 따지자면 20%도 안 되는 격이다. 방송을 끝내고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 그 다섯 커플들 각자 개개인의 현타는 지난 20대의 연애처럼 하나의 ‘경험’으로만 치부하기엔 그 무게를 견디기 쉽지 않을지도. 꼭 <나는 솔로> 같은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 해도 20대에 어느 정도 연애경험을 가지다, 30대에 소개팅을 하다 결국 시간이 지나 30대 중후반이 되어 결혼을 못하는 일들은 주변에 꽤나 흔하다. 남녀 통틀어 이런 이유는 왜 생기는 걸까. 개개인의 눈이 높은 것도 한 몫하겠지만, 눈이 무조건 높아지도록 이 사회가 장치를 심어둔 것도 문제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본인보다 더 어린 여자를 원한다. 내 자녀를 낳아줄 가임력이 되는 여자라고 노골적으로드러낼 수 있겠다. 대개 보통남자들의 시선에서 연애와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어리고, 이쁜 여자, 몸매가 좋은 여자 정도 되겠다. 이 셋을 충족하는 여자를 가질 수없다면 계속 그렇게 혼자 늙어가는 거다. 자기 객관화가 좀 된 남자라고 치면 이 셋 중 하나 혹은 둘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애와 결혼 상대를 찾는다.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본인보다 더 잘 번다고 해서 그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내가 벌어서 내가 가정을 키우면 된다는 마초적 마인드가 아직 남아있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본인보다 더 우수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 경제력이 되는 사람을 원한다. 원시시대 때부터 이어져온 본능이다. 나와 내 자녀를 위험에서 지켜줄 힘 있는 남자를 원하고, 그 힘이 현대자본주의에서는 경제력이거든. 부가적으로 얼굴은 잘생기면 물론더 좋다. 성적매력 그러니까 최소한 뽀뽀는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결혼은커녕 연애라도 하지 않겠는가. 그만큼 최소한의 자기 관리를 하는 남자였으면 싶다. 배려심이 많고 성격상 본인을 잘 케어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한다.


하지만 이건 굉장히 원론적인, 우리가 바라보는 남녀가 만나 상호 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기까지 정말 최소한의 조건에 불과하다. 현대사회는 이성을 만나는 데 있어서 굉장히 까다로운 허들을 만들어 상대를 평가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바로 탈락시키기에이른다. 결혼정보회사도 그 기준을 4단계, 5단계까지 통과한 이들끼리 철옹성을 굳게 만들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다. 단지 결정사는 그들끼리의 모임을 주최하고, 그 모임의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는 개념인데 결국 그들을 이용해 뭔가 본인이 대단한 서비스를 가진 것처럼 홍보하는 주체에 불과한 것. 처음에는 결정사 그들끼리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구성원들을A등급, B등급 같은 쓸데없는 기준을 만든 게 현대사회전체에 퍼져 혼인율과 출산율이 급감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니, 적어도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진 않는다. 무섭게도 이 기준은 마치 축구 FA 시장에서 드리블, 킥력, 스피드, 나이, 전적 하나하나 점수화하고 따져서 축구선수를 골라가는 빅클럽처럼 아주 기괴하게 변해버렸다는 거다. 더 웃긴 건 누군가를 소개해줄 때 우스갯소리로 FA시장에 나왔다, 매물등장 등 이런 표현들을 가감 없이 2030들이 쓰고 있다는 거다. 진짜 부동산 매물처럼 본인을 그렇게 받아들인다.

결혼상대를 찾아다니는 남자와 여자 특징을 나누어 설명하고 싶어도, 남녀 갈라 치기 할 것도 없는 것이 좀 미시적으로 바라본다면 어느 특정 성별에 해당하는 내용일지 모르나 거시적 시각에선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내용이라 큰 의미가 없다. 구애의 단계는 크게 다섯 분류로 나뉜다. 아래를 보자.


1단계: 외모와 몸매를 본다. 남자는 이 여자가 얼마나 이쁘고 날씬한지, 여자는 이 남자가 얼마나 잘생기고 몸이 좋은지. 평소 운동은 하는 몸인지, 최소한 배 나온아저씨가 아니라 자기 관리는 하고 있는 몸맨지. 다행히 여기서는 큰 기준이 없다. 외모나 몸매는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당연히 달라지는 부분이라 정답이 없다. 그래서 1단계인 거다. 누구는 근육질 몸매를 좋아하고,누구는 두부상을 좋아하고, 누구는 눈, 코, 입이 뚜렷한아랍상, 누구는 키가 최소 180은 돼야 하고, 누구는 키는 좀 작아도 동안이었으면 좋겠고, 탈모는 무조건 없어야 하고 등등. 셀 수도 없고 정답도 없다. 정답이 없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본인이 얼마나 유하게 외적인 기준을 가져가냐 결국 그 차이다. 기준이 힘들다면 이 1단계에서도 합격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겠지.


2단계: 이젠 성격이다. 이건 꼭 맞아야 하는 것이 내가 외향적인데 지나치게 상대가 내향적이라면 대화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데이트를 할 때에도 장소를 정하기가 힘들어지고, 서로 상대의 기분을 늘 읽고 맞춰줘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피곤해진다. 어떤 한 특정 상황에서도 생각하는 게 달라 싸움으로 번질 확률이 높고, 서로를 100% 이해하기가 힘든 채 본인만 화를 점점 쌓아가다가 한쪽이 폭발해서 헤어지는 그런 느낌.

예를 들어 주말 토, 일 중 내향적인 누군가는 하루는 꼭집에서 쉬면서 리프레쉬하고 푹 쉬면서 책도 읽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재충전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라 여기서부터 삶의 리듬이 차이나는식이다. 또 누군가는 감성적이고, 또 상대는 이성적이고. 배려의 정도가 다르고, 솔직함의 기준이 다르고.

아무리 잘 생기고 이뻐도 성격이 다르면 만나는 거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요즘은 소개팅 때 어떤 성격인지 감이라도 미리 보려고 MBTI를 활용한다. 맹신하거나 과몰입할 필요는 없지만 참고할 자료정도는 되니 소개팅 질문에서 최소한 MBTI질문이 안 나오는 법이 요즘은 거의 없다.


3단계: 학력과 직업. ‘인서울대학교를 나왔는지= 적어도 나랑 말을 섞을 수준이 되는지’를 판가름할 요소라 보면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돈을 잘 버는 생산직에 다녀도 대화가 안 통한다고 안 만나는 여자들도 있고, 학벌에 대한 열등감을 느껴 본인이 안 만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적어도 학력에 대한 중요성이 돈과 바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학력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다. 대신 직업을 더 많이 본다.

양질의 직업을 구하는 데 있어 학력이랑 연관이 어느 정도는 있기에 어쩌면 같은 이치일 수도. 회계사나 세무사, 변호사 등 문과 8대 전문직이면 당연히 베스트. 근데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내 앞에 소개팅 나온 사람이. 내 미래 배우자는 연봉이 최소 5천 이상은 되어야 하고, 대기업에 다녀야 하고, 적어도 본인이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이름 있는 중견기업이라도가야 한다는 그런 논리다. 손해 보기는 절대 싫다. 특히좆소기업에 다닌다거나, 월급 250~300만 원 정도는 사실 자신감이 위축돼서 소개팅에서 열등감이 자리하고, 본인이 자신감이 없으니 상대는 매력 있게 보지도 않고 잘 이어지지 않는 그런 무한루프. 예전처럼 사업준비한다, 스타트업 준비한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말들은 더 이상 안 통한다. 그래서 요즘은 서로 조사할 필요도 없고 조건도 대략 얼추 맞으니까 사내결혼도 많이 한다. 내가 얘 얼마 버는지, 함께 벌면 얼만지 대충 계산기 때려보면 부족하지 않게는 살아질 것 같거든.


4단계: 자, 이거까지 통과했으면 진짜 운 좋은 거다.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이제 4단계는 자산이다. 아, 이제 너 얼굴 알겠고, 성격 알겠고, 직업도 알겠어. 그래서 피날레.

얼마 모았어?

이걸 직접 물어보는 게 사실 예의 없어 보일 수도 있고,너무 직설적이라 상대방이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 알아가는 단계라거나, 사귄 지 얼마 안 된 커플은 평소의 소비습관이나 됨됨이로 대충 파악한다.최근 나솔에서 가장 큰 논란이 있었던 것이 한 출연자가 “여자가 샤넬백 같은 명품사는 거 질색”이라는 말이있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거다. 샤넬 같은 거 명품 좋아하면 분명히 모은 돈은 적을 거고, 결혼해서 본인 돈이나 갉아먹는 그런 사람으로 인식해 버리는 거다. 내 입장에서는 여자 입장에서 자동차나, 시계도 별로 중요하지 않고 가방 하나 좋은 것 사는 건 가성비로는 꽤나 좋다고 생각하는데 뭐 이건 각자 생각의 차이일 테지.


5단계: 이건 보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거의요즘은 본다고 보면 된다. 왜냐? 자산증식 속도가 크게차이 나기 때문이다. 바로 집안. 노후준비는 되어있는지 안 되어있는지. 소개팅이나 처음 보는 자리에서 둘러서 물어본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계신지. 노후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매월 생활비를 보내드려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다 할지라도 갑자기 몸이 아프시거나, 병원을 다니셔야 한다면 또 더 큰 지출이 있다. 또 한쪽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한쪽은 여유가 있는 쪽이라면 서로 의견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한쪽은 부담을 느끼고 결혼준비하면서 분명히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쪽이 지원해 주는 금액이 있으면 다른 한쪽도 거기에 상응하는 돈을 맞춰야 하고 그게 아니고 한쪽에서만 많이 받게 되면 데릴사위라던가 눈치 보는 일이 집안행사에서 무조건 생긴다. 혼인 즉시 증여 가능 재산도 먼저 파악하는 사람도 있더라.


자, 이 5단계가 끝나야만이 이제 상대에게 최종적으로결과를 얘기해 준다. 마치 회사 최종면접결과 기다리는 취준생에게 통보하듯이. 그리고 합격이면 만나고, 아니면 다른 사람 다시 똑같이 무한반복. 대기업 입사보다 빡센 프로세스다. 문제는 이 모든 단계에서 과락 즉, 한쪽이 너무 부족하거나 열위에 있는 경우의 수는 또 있으면 안 된다는 거다. 드래곤볼의 전투력측정기처럼 고른 오각형, 육각형이 나와야만 가능하다.


이게 진정으로 사랑해서 하는 결혼인가? 아니면 결혼을 더 잘 살아보고자 하는 하나의 계약관계인가. 이 사회는 재미로나마 이걸 <나는 솔로> 같은 예능으로 내보내는 걸 보면 그들도 이걸 알고 즐기는 건지 아니면 사회문제인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그냥 풍자만 하려는건지 가끔씩은 헷갈린다. 아니면 본인들은 결혼을 다 했으니 내 알빠아니라는 알빠노 마인든지.


현대사회에서 2030이 직면한 모든 숙제 중 가장 난해한 단계가 어쩌면 결혼이 아닐까. 한국남자와 한국여자의 결혼에 한해서는 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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