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브런치를 통해 '월간 에세이'로부터 기고 제안을 받았던 원고가 드디어 게재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원고를 보낸 지는 거의 5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잊힐만할 때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처음 받아본 기고 제안이었던 터라 다른 어떤 글 보다 진심과 애정을 담아 글을 썼다. 그간 브런치에 쓴 글을 본 독자이거나 평소 나와 친분이 있는 분들이라면 새롭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내 삶에 중심이 되는 생각을 정리했다.
4년 전 브런치 작가가 되고 혼자만의 기록을 남기다가 원고료가 지급되는 제안을 받아보니 그 자체로 나의 지난 시간을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예정보다는 게재 일정이 살짝 지연되었지만 그래도 마치 올해의 피날레를 장식하듯 12월호에 내 이름 석자로 글이 실린 걸 보면서 주인공이 된 기분도 살짝 들었다.
다른 무엇보다 내 필명이 아닌 본명으로 글이 게재된 게 가장 생경한 기분을 가져다주었다. 누군가를 만나도 이제는 필명으로 호칭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가끔은 나조차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어색할 때가 있는데, 그런 내 이름이 글의 첫 장에 고스란히 쓰여있는 걸 보면서 이게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주변에 많은 지인 작가님들에 비하면 사실 작은 경험인지도 모른다. 단독 저서를 출간한 작가님들, 언론사에 꾸준히 기고 중인 작가님들, 또 드라마 작가님들, 웹 매거진 작가님들 등 정말 글로써는 감히 명함을 내밀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번 경험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경험으로 남았다.
온라인에서 자기만의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결과물의 형태는 상세 페이지, 영상, 이미지, SNS 콘텐츠 등 다양할지 몰라도 근간이 되는 건 결국 글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따라서 글쓰기가 매우 중요한 역량임을 강조하는 그들의 말에 글 쓰는 사람으로서 무척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다른 한 편으론 4년간 글을 써도 글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답답함과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글로 돈을 벌기 위해선 고객의 니즈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 안타깝지만 내 글은 그런 종류의 글은 아니기에 나의 답답함은 애초에 결이 다른 글을 쓰면서 현실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이번 경험은 내 글로도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일이었다.
안 그래도 근래에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제자리를 맴도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월간 에세이에 기고 제안을 받은 것도 실상 수개월 전 일이고, 이후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작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면에선 고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 뭐가 되었든 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것은 동일하겠지만 글쓰기는 왜 이리 유독 더디게 느껴지는 걸까 싶다.
친한 작가님들 중에 이미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분들도 계속 작법 수업도 듣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으며 습작을 반복하는 걸 보면 나의 더딤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진 취미에 가까운 마음으로 글을 썼는데, 이번 경험이 일편 역량 강화를 위한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요즘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표현이 있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AI가 많은 단계를 간편하게 바꿨다지만 요령도 아는 사람이 제대로 부릴 수 있는 법이다. 잘하는데에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역시나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것 말고 방법이 있을까 싶다.
월간 에세이 덕분에 선물을 받은듯한 마음으로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시 언제 이런 기회가 열릴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쓰다 보면 또 새로운 일들이 이러나지 않을까? 가령 출간 제안 같은. 진심으로 바라본다. 다음이 있기를. 그날이 엄청 멀리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