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찬미하는 노래

김창완의 [나는 지구인이다]

by 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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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를 위해 매일 같이 산을 오르면서도 그 운치를 감상할 줄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땀 난다며 힘들어 할 줄만 알았지, 오늘도 힘 내어 새싹을 피워낸 저 풀들을 그저 밟아버렸고, 춤을 추는 나비들이 귀찮다며 손으로 쫓아내기 바빴어요.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하며, 아름다운 생명체인데 말이에요.


3월에 부천에서 김창완 아저씨의 콘서트에 갔었어요. 그 때 <나는 지구인이다>를 처음 듣게 되었죠. 제가 줄곧 들어오던 아저씨의 음악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와 같이 완전히 통통 튀는 록도 아니었고, <회상>와 같이 완전히 서정적인 포크송도 아니었죠. 아저씨의 노래에서 듣기 힘들었던 전자 음악을 베이스로 하여 그 위에 아저씨의 짙은 목소리가 올라가 있었어요. 그리고 지구인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지구를 동화처럼 그려낸 가사는 이러한 멜로디와 대비를 이루며 더욱 인상 깊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제 주위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무로 만들어진 도서관 흔들 의자에 앉아 있는데요, 나무의 따스한 기운이 제 엉덩이를 뎁히는 것이 느껴지구, 나무의 수수한 나이테가 제 눈을 편안히 해주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창 밖 나무들이 제게 손을 흔들고 있더라고요. 저도 눈웃음 지어주었습니다. 저 멀리 돌 사이에 핀 노란색 꽃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밑으로 고개를 숙여버렸네요. 햇살은 여전히 따듯하고, 바람은 변덕이 심한지 달렸다 걸었다, 열을 냈다 식혔다 반복합니다.


요즘은 바람의 시원함에 감사해요.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터라 올 여름 정말 힘들었는데, 익을 뻔 한 제 마음까지 잠시 식혀주더라고요. 그러다 갑자기 마음이 막막해져요. 이 감사함을 아직까지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거든요. 내 일 아니라고 나몰라라, 그냥 에어컨 틀면 되는 거 아니냐며 전기 팍팍 쓰고,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면 진지충 취급을 하고 참, 하하. 그래서 이 노래가 더 감사해요. 어떤 사람이라도 이 노래를 듣는 순간 햇살의 따스함을 어루만질 수 있는 작은 손과 새싹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눈, 그리고 시원한 바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니깐요.


어떤 기사에서 <나는 지구인이다>를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삶을 찬미하는 노래’.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삶을 찬미하며 그 속내를 감상할 수 있게 하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만을 찬미해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혹 저와 같은 무신론자 분들은 과학을 찬미해 왔겠죠? 어찌되었는 이 경이로운 것을 ‘만든 이’를 찬미 해 왔지, 경이로운 것 그 자체를 찬미하는 데에는 한 발 느렸던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만큼은 우리 삶을 찬미했으면 좋겠어요. 눈에 보이는 걸, 손에 만져지는 걸, 귀에 들리는 걸 찬미해봐요, 우리.


김창완의 [나는 지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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