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의 [개구쟁이]
얼마 전 축제 때 부스를 준비하며 알게 된 사실인데요, 교실에서 앰프를 꽃고 악기 연주를 하는 게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알아서 자제해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공간 사용 규칙으로까지 제정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아무튼 일렉 기타 연주로 아이들을 끌어 모으려 했던 계획은 무산되었어요. 뭐, 규칙을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별 생각은 없습니다!
이후 이런 규칙을 생긴 이유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많이 찔리더라고요. 재작년 즈음에 교실에서 악기 연주하면서 노는 것에 불편함을 많이 느낀 학생들이 있어 생겼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문제의 아이들이 저와 친구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하.
저희는 점심 시간만 되면 교실을 클럽으로 만들곤 했어요. 저와 친구들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연주하기도 했고, My Chemical Romance의 <Welcome to Black Parade> 처럼 시끄럽기 그지없는 노래를 스피커로 빵빵히 틀어 다 함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제가 휴대용 미러볼을 챙겨 온 적도 있었죠. 아무튼 조금 마음이 찔리기는 했지만, 동시에 개구장이 같던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노래에 맞춰 뜀을 뛰었고, 체육 교과를 담당하셨던 담임 선생님에게 스펀지 공을 빌려 던지며 놀기도 했어요. 함께 마주보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고, 아직은 산뜻한 늦봄의 날씨에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춤을 추었습니다. 나무 대신 창문에 올라가 밖을 구경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앗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문제아들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혼 내지 않으신 우리의 담임 선생님, 정말 감사드려요.)
언젠가는 아이들 다 같이 체육관 앞에서 논 적이 있어요. 야구방망이 대신 밀대를 사용해서 던지는 공을 치며 신나게 웃었어요. 그날따라 해도 쨍쨍해서 가뜩이나 파란하늘은 ‘파아랗게’ 보였었는데, 기분 탓인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정말 신나는 록 음악처럼 들렸더랬죠. 아무튼 정말 신나는 나날들이었어요.
아직 열 아홉 밖에 되지 않은 제가 이런 말 하기에는 조금 웃기지만 그래도 해보자면, 나이를 먹어갈수록 저렇게 개구지게 놀 일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흰 셔츠에 담배 연기가 서서히 배어들어가는 것 처럼 저희도 어른이 되어가며 점점 시들고 찌들어 가더라고요. 당장 어제만 해도 푸릇푸릇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아 어쩐지, 그래서 더 그리운가 봐요, 어제의 생글함이.
할 수만 있다면 평생을 개구쟁이로 살아가고 싶어요. 나이에 맞지 않게. 그런데 그건 어렵겠죠? 그래도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그냥 개구쟁이 할머니로 늙어가면 안될까요? 매일 같이 친구들과 수다 떨고, 장난치고, 노래부르고, 술마시고.. 아, 이 참에 개구쟁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마을을 만들어야겠어요! 누구나 와서 나잇값 안 해도 되는 그런 마을이요! 남들이 뭐라 하면 어쩌냐고요? 에이,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좋으면 됐지. 아무튼 전 해야겠어요, 개구쟁이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