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 한반도를 꿈꾸며

조영남의 [화개장터]

by 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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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영(嶺)은 고개, 호남의 호(湖)는 호수의 의미를 갖는 한자어로 각각 문경새재와 금강의 남쪽을 칭합니다. 즉 영호남이라 하면, 경상도 지역을 지칭하는 영남과 전라도 지역을 지칭하는 호남을 일컫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호남 지역의 갈등은 예로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그 탄생 요인을 산업화에 따른 불균형 발전과 일부 정치인들의 계략이라는 두 가지 핵심으로 설명합니다.


196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었습니다. 최초 수립 시점부터 주요 공업단지의 개발이 경부선을 따라 영남지역에 집중되었고, 이러한 발전에서 소외된 호남지역에는 불만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영남지역의 개발 집중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예로부터 호남지역은 넓은 평원과 더불어 서해와 남해에 접해있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농림어업에 유리했습니다. 반면 영남지역의 경우 분단으로 인해 국가간 상품 거래에 있어서는 사실상 섬나라와 같은 남한의 상태를 고려하면 항구가 주요 물류기지의 역할을 해야 했기에, 부산항을 컨테이너 부두로 본격적으로 개발하며 수출기반의 산업단지가 입지적으로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국가는 호남지역에 농림어업을 집중하게 하고, 영남지역은 영남지역에 공업을 개발하게 하는 것이 전체 국가의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1963년 대한민국 5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라이벌이었던 윤보선 의원을 중심으로 지역감정은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단 1.5%의 차이로 당선된 박정희 대통령은 취약했던 정치적 기반을 보완하고자 자신과 같은 고향의 영남권 출신의 인물들을 주변에 두었습니다. 또한 그의 쟁쟁한 라이벌이었던 윤보선 후보는 이에 맞서 ‘호남 홀대론’을 들고 나오며 영호남의 지역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정치권이 국민을 본격적으로 갈라놓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상대적으로 산업 발전이 더뎠던 호남권은 젊은이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반면 영남권은 수출 산업의 부황으로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며 두 지역의 경제적 격차는 점점 벌어졌습니다.


이후 1990년 3당 합당으로 ‘호남 왕따 구도’가 만들어지며 지역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고, 최근에는 ‘일베’ 등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맹목적인 지역 비하 등으로 인해 지역감정이 여전히 심화되고 있습니다.


"장날이면 지리산 화전민들의

더덕·도라지·두릅·고사리들이

화개골에서 내려오고

전라도 황화물 장수들의

실·바늘·면경·가위·허리끈·주머니 끈·족집게들이

또한 구롓길에서 넘어오고

하동길에서는 섬진강 하류의 해물 장수들의

김·미역·청각·명태·자반조기·자반고등어 등이 들어오곤 하여

산협(山峽)치고는 꽤 은성(殷盛·번화하고 풍성하다)

한 장이 서기도 하였으나…”

- 김동리의 <역마> 중 -


화개장터는 옛 화개장이 열린 터 인근에 하동군이 복원한 재래시장의 일종입니다. 화개장의 기록은 1603년 전라좌도섬진진지도에 나타나는데, 섬진진은 지금의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위치 해 해있었습니다. 이러한 화개장은 전북 남원과 경북 상주의 상인들까지 모일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화개장터는 예도 지금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화합의 장입니다.


조영남의 <화개장터>는 영호남 지역의 화합을 도모하는 화개장터를 소재삼아 만든 노래로, 최근 모 유튜버가 커버 영상을 올리며 ‘역주행’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김한길 소설가이자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쓴 가사는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제게 희망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둡기만 합니다. 감자국, 멍청도, 개쌍도, 전라디언.. 지역비하는 물론이거니와, 5·18 광주민주항쟁,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태원 압사참사 등 해당 지역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조롱하기도 합니다. 비단 지역 뿐만이 아닙니다. 성별, 나이, 외모, 출신, 국적, 학력, 학벌 등.. 다양한 이유로 집단과 개인을 비하하고 조롱합니다. 혐오와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몸집이 커지며 대한민국을 지배합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렵니다. 광양에서, 산청에서 열심히 온 사람들, 지역 각지의 사투리와 입씨름이 어울리는 곳, "화개장터". 언젠가 한반도 전체도 화개장터가 되는 날이 올테니깐요.


조영남의 화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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