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칭찬은 긍정적 효과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칭찬, 반려동물에게도 칭찬, 직장 부하직원에게도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암묵적 사회운동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과 함께 그런 분위기가 사회 구석까지 퍼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칭찬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칭찬이 아니라 단지 공감 정도였는데 상대는 있는 말 없는 말 다 들먹이며 칭찬을 쏟아 내기라도 하면, 이건 진심이라기보다 비웃음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물론 세상을 너무 비뚤게 볼 필요는 없지만 칭찬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회사에서 상사나 사장이 하는 칭찬은 어떤가. 당장은 기분 좋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최소한 다음엔 그와 같거나 그 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준다. 다음엔 칭찬받았던 그것과 다른 방향이나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압박이 생긴다.
어릴 때 착하다거나 말 잘 듣는다는 칭찬을 들으며 자란 아이는 늘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끝없이 애써야 하는 삶이 결코 좋은 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옳은 것이면 해야 하는 것이고, 바른 길이면 가야 하다는 것이다.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하는 칭찬은 어떤가. 당장은 듣기에 달콤하지만, 그 달콤함은 일시적이며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선을 유지하려 무의식적으로라도 신경을 쓰게 된다.
칭찬엔 평가가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이 외모를 칭찬했다면 외모를 평가한 것이고, 무슨 일을 잘했다고 칭찬했다면, 그 속엔 그 사람의 행위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칭찬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아무에게나 칭찬을 날리면 실례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누군가 나에게 무분별하게 칭찬을 한다면 잘 생각해 보자. 나 자신은 아무에게나 평가받아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무의식적인 칭찬은 서로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건 달콤한 칭찬보다 쓴소리다.
그러니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자. 좋은 소리 듣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해야 하는 일이면 당연히 잘하려고 노력하고 잘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질 때 아프다. 추락하는 건 날개가 없다. 한껏 띄워주는 기분에 취해 있다가 떨어지는 날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그러니 올라갈 자리가 아니면 올라갈 필요도 없거니와 누군가 억지로 띄워주는 건 더더욱 사양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멀리 해야 한다. 대신 스스로 칭찬해 주자. 내가 보기에도 내가 잘했다고 생각되면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칭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