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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삶

메모하고 기록하기

by 혼란스러워

꼼꼼하게 메모를 잘하는 사람들은 부럽고 존경스럽다. 나는 꼼꼼하지도 않으며 꾸준히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제 메모와 기록에 관한 책을 읽던 중 다시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이어리와 메모용 노트, 메모지 등을 사서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매번 실패했다. 한두 장은 글씨도 반듯하게 쓰고 한일이나 해야 할 일 등을 잘 적어 나가지만 곧 낙서장으로 변해 버린다. 통화를 하면서 별이나 원을 마구잡이로 그리기도 하고, 글씨는 삐뚤빼뚤해지며 아무 의미 없는 것들로 채워지다가 곧 그마저도 끝나 버린다. 그 다이어리나 메모장은 몇 장을 버린 몸이기 때문에 더 이상 쓰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몇 가지 메모와 기록에 관한 목표를 세웠다. 작은 노트를 사서 매일 먹은 음식 적어보기. 미드 영어 회화 영상 보면서 매일 영어 문장 몇 개씩 적기. 책 읽으면서 좋은 문장 적어 놓기. 가본 곳 기록하기. 등이다. 다이어리를 채워나간다고 생각하면 좀 막연했기 때문이다. 그 막연함이 실패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들어 당장 일어나 다이소에 가서 작은 노트와 메모지를 샀다. 뭔가를 생각했다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



나도 나름 기록하는 삶을 살았다. 문제는 꾸준하지 못했고, 소소한 것들을 꼼꼼하게 채워나가는 그런 메모와 기록을 해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블로그에 책을 읽고 리뷰를 나름 꾸준히 작성했다. 이건 매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최근엔 좀 뜸했다. 책을 읽기는 했으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리뷰는 작성하지 않았다. 책 리뷰 쓰는 일은 내가 하는 쓰기 행위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데 그마저도 게을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읽고 리뷰를 쓰지 않은 책들을 한 포스팅에 다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고 넘어가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포스팅을 하지 않은 것은 화장실 갔다가 그냥 나온 것처럼 영 찜찜하므로 그렇게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즘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그런대로 꾸준히 썼다는 점이다. 매일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억지로라도 쓰다 보니 나름 습관이 들었다. 깊은 사유가 담긴 글은 아니지만 그날그날 어떤 주제와 소재로 내 생각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기록하다 보니 제법 글도 쌓여 간다.


기록과 메모에 대해 왜 미련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빠르게 지나가 버린 시간을 그나마 의미 있게 만들어 보기 위함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 분명 숨 쉬고 무언가를 했거나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버리면 대부분 잊어버린다. 잊어버린 것들이 아깝다. 훗날 내가 남겨 놓은 기록들을 보면서 그래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록과 메모는 역으로 삶을 충실하게 만든다. 기록하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기록한다. 작은 것들을 기록하고 싶다. 그냥 흘려버리는 것들까지 담아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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