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졌다. 9월로 접어드니 더위도 한 풀 꺾일 기세다. 이번 주말에 운동을 좀 하려고 생각했다가 토요일엔 일이 있어서 못했다. 일요일 오후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집을 나섰다. 주말마다 가는 등산로를 따라 뛰고 걸으며 숨차게 운동을 했다. 집 뒤로 둘레길 비슷한 등산로가 있다. 조용한 숲 속 느낌이 나는 길이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낮은 산등성이를 따라 만든 길인데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난 길을 조금 걷다 보면 왼쪽으로는 고속도로가 지나고 오른쪽엔 골프장이 있다.
조금 더 지나면 아쉬운 대로 숲 속 느낌을 느끼며 걸을 수 있어서 운동 삼아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적당히 가파른 계단 길도 있고, 평지도 있다. 주말에 한 번씩은 그 길을 걸으며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어제는 비가 오다 말다 궂은 날씨 끝에 잠깐 비가 멈추었기에 시원해서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약수터를 지나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서자 비를 머금은 숲이 내뿜는 나무와 풀, 낙엽 향기로 가득했다. 이 길이 좋은 점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띄엄띄엄 사람을 마주치지만 간격이 넓어서 혼자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햇볕이 뜨거운 여름에도 나무 그늘로 인해 햇빛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맨발로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 때문인지 맨발로 걷는 사람도 있다. 난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나중에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숨차게 운동하기 위해 뛰기도 하고 빠르게 걷기도 한다. 천천히 걷는 것도 좋지만 땀이 흠뻑 젖도록 운동하고 샤워하는 기분을 맞보기 위해 일부러 땀을 낸다. 여름은 더워서 힘들지만 찬물에 샤워할 때 그 개운함과 시원함은 여름에만 느낄 수 있기에 여름도 나쁘진 않다.
비가 온 뒤라 땅이 질퍽질퍽 한 곳이 종종 있었다. 숲을 둘러봤다. 지난겨울 폭설에 가지가 부러진 소나무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참나무 밑엔 새들이 싸움을 한 흔적인지 채 익지 않은 상수리 열매와 잔가지가 떨어져 있다. 이름 모를 버섯들이 쌓인 낙엽을 뚫고 제각각 모양을 뽐내고 있었다. 숲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를 이루며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활엽수들이 숲 속 빈 공간을 메워준다.
여름이 지나가는 지금, 숲 속은 까마귀와 까치, 이름 모를 새들 울음소리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내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하다. 숲 속은 생명으로 가득하구나. 이 많은 생명들이 그 뜨거운 햇볕을 이겨냈구나. 나도 치열했던 여름을 이겨냈구나. 이제 가을을 맞이해야지. 가을에도 잘 살아내야지. 운동을 하면서 살아내야지. 정상에 올라 철봉에 매달려 몸을 쭉 펴준다. 산속 공기가 몸속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숲 속 향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