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이런 긴 연휴가 또 있을까. 지난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7일간 이어진 연휴가 끝났다. 오늘 오랜만에 출근하니 출근하는 일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쉬는 동안 느낀 점은 평소 주말에 느끼는 만족감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막상 오래 쉬니 게을러지고 크게 의미 있는 일을 하지도 않게 되는 게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던 그 평범한 일상, 다소 지루하고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던 그 일상들이 며칠 멀리 떠나서 보니 내 삶 자체였고, 그 속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기쁨, 즐거움도 적지 않았다. 다만 공기처럼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
예상했던 대로 연휴는 금방 지나갔다. 신은 긴 연휴를 주시면서 궂은 날씨도 주셨다. 해외여행은 못 갔어도 국내 여행이라도 다녀오자던 계획은 무산되고 고향집에 다녀온 뒤 내리 3일을 집에서 뒹굴뒹굴 보냈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쉬는 시간을 가진 건 좋았으나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막연한 죄책감과 불안감은 떨쳐 내기 어려웠다.
직장 생활이 지겹다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회사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가장 마음 편하다.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비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갇혀 있는 기분도 든다. 어쩔 수 없는 양가감정이다. 이런 감정도 그런대로 즐기면 되리라.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긴 연휴 끝에 몸이 좀 굳어진 느낌도 있지만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일을 즐겨본다. 어느새 따듯한 커피가 당기는 계절이다. 사람을 삶아 먹을 듯 내리쬐던 그 태양은 어디로 갔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긴팔 옷을 입었다. 10월 중순으로 접어들었으니 이제 연말권인가. 세상 끝난 것만 같았던 연휴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다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난다. 이렇게 무상할 수가 있나. 실로 헛되고 헛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