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10월 3일부터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오늘 오랜만에 아침에 하늘이 맑은 것을 보고 이제 비가 그치려나보다 했다. 어제까지 입던 긴팔 그대로 입고 출근했더니 점심시간엔 더웠다. 사무실에 여벌로 있는 반팔로 갈아입고 일했다. 너무 오래 햇빛을 못 본 것 같아서 오전에 잠깐 밖에 나가서 사무실 부근을 산책했다. 적당한 햇빛은 기분을 좋게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 걷고 나니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오후에 하늘을 보니 다시 잔뜩 흐려있다. 10월에 장마기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도 기후 변화 탓일까. 10월은 높고 파란 하늘과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 울긋불긋 물든 단풍, 노랗게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 이런 것들과 어울리는 달이 아닌가. 그런데 거의 절반을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이어진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너무 오래 이어지니 화창하게 맑은 날이 그립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쓴 '호의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조금 보던 것을 오늘 마저 다 읽은 것이다. 이렇게 마음 따듯한 분이 법관 중에도 있었다는 게 다행이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욕망과 악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최소한 인간의 양심을 지키고자 노력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 중 본인이 읽은 책들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부분이 좋았다. 심오한 평론이 아니라 아주 간단하게 책을 읽었다는 말과 함께 그 책을 읽고 한 생각을 적었는데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다. 최근에 내가 한 행위들 중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한동안 책 읽기를 멀리했는데 이 책 읽은 것을 기점으로 다시 독서에 불을 댕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