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초역세권 신축아파트야
예비 부부들이 결혼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신혼집이다. 어디에 살지, 집을 구매할지 아니면 전세나 월세로 살지, 신혼집 마련 비용은 어떻게 할지 누구나 고민한다. 신혼집이 이렇게 고민의 대상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신혼집이 '상징'이기 때문이다. 신혼집으로 사람들은 '이 결혼'을 판단한다. 누구와 결혼하는지, 지금까지 돈은 얼마나 모았는지, 상대방의 재력은 어느 정도인지가 신혼집에 드러난다.
나이가 많이 차서 결혼하면 이런 시선은 더욱 부담스럽다. '사회초년생이라 돈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없고, 남들의 시선에도 더욱 예민해진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의 신혼집은 초역세권 신축아파트였다. 누군가가 "신혼집은 어떻게 했어?"라고 물으면 자랑스레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아파트 단지였다.
역시 우리는 럭키! 날 위한 신혼집이었어
물론 대단히 돈이 많아서 이런 멋진 신혼집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단 신혼집은 대구였다. 당시 동대구역 인근에 764세대 신축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며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왔는데, 2억 3,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올라와 있었고, 결국 2억 1,500만원에 전세집을 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가격이 거의 최저였다. 이를 본 우리 부부는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싸게 역세권 신축아파트에 들어오다니! 우리를 위한 기회였어!"
1억의 자본금과 1억 1,500만원의 대출로 신혼집을 계약했다. 모든 것이 새 것이었고, 10분만 걸어가면 대형 백화점과 번화가가 있었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퇴근 후 거의 매일을 불살랐다. 맛집이 즐비했고, 영화관, 서점, 예쁜 카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콤한 신혼을 보내고 있는 사이 집값은 미친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신혼부부 특공 당첨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아파트 청약만 넣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전세금 1억은 2년동안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년만에 결국 현실에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아파트를 보러 다녔지만 이제는 자본금 1억으로 살 수 있는 곳은 없었고, 청약에도 희망이 없었다. (알고보니 우리 부부의 소득으로는 신혼특공의 자격이 되지 않았다.) 2년 후 전세집을 나올 때 이 아파트의 전세가는 24평을 기준으로 7,000만원이, 매매가는 1억 5,000만원이 올랐다. 아뿔싸. 우리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냥 남들처럼 전세로 신혼을 시작했을 뿐인데 결과는 참담했다. 우리의 자본금 1억원은 2년이 지난 시점에도 1억원이었고, 심지어 전세 대출 이자로 더 많은 돈을 썼다.
매매인가, 전세인가, 아니면 월세인가?
다시 이사갈 상황이 되었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 했다. 집을 살 것인가, 다시 전세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월세로 살 것인가. 전세라는 선택지는 제외했다. 집을 매매한다면 심리적 안정감은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월세를 선택했다. 딱히 전세금으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공부가 철저히 된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살다간 안되겠다'는 절박함, 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 만들어 낸 선택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달에 70만원을 월세로 지출하게 되었다. 1년이면 840만원이었고, 2년이면 1,680만원이었다. 이제 뭐라도 해야 했다. 1,681만원이라도 번다면 1만원과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우리의 전세금은 팔을 걷어부치고 일을 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