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절박함과 의욕, 그리고 두려움 사이에서

세상 물정 모르고 월세 70만 원 집 계약한 무튼?

by 무튼
미분양의 무덤에 발을 딛다

대구에 살던 우리 부부는 2018년 10월 인천 영종도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당장 2주 후에 이곳으로 출근하라는 회사 때문에 부랴부랴 집을 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올라갔다. 이곳은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당시 미분양 물량이 거의 소진되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전세 1억 5천만 원, 그리고 월세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 2억 1,500만 원에 전세를 살다 나왔기에 1억 5,000만 원의 전세금은 정말 저렴해 보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큰 고민 없이 월세를 선택했다.


이 동네에서 월세 70만 원 준다고요??????

출근 후 새로운 직장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의 월세집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 동네에서 월세 70만 원 주고 산다고요?" 이들은 이곳의 미분양 상황을 두 눈으로 목도했기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자리에는 1억 원짜리 전세에 사는 사람도 있었고, 실거주용 집을 자가로 마련한 사람도 있었는데,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마치 뼈가 붙는다며 출처도 모르는 건강 기능 식품을 사들고 들어와 자식에게 혼나는 노인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가 너무 세상 물정을 몰랐다며, 모두들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그들의 조언은 진심이었다. 본인들에게 한 번만 물어봤어도 좋았을 것을, 이곳에 처음 들어와 잘 몰랐다며, 다음부터는 꼭 알려주겠노라고 말했다.


내 결정은 잘못된 걸까?

그들의 말, 혹은 조언이 맞는 걸까? 월세를 조금 더 깎아봤어도 좋았을 것 같았다. 그냥 전세로 계약할 걸 그랬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우울해졌다. 내가 진짜 몰랐던 거라면? 월세만큼 못 벌고 심지어 전세금까지 잃는다면?


호기롭게 월세집을 계약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주말 부부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아내는 내 직장을 따라 함께 이사 왔고, 아내의 월급 또한 반토막이 났다. 수입은 줄었고, 월세로 인해 지출은 늘었다. 그렇다고 되돌릴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수중에는 1억 원의 돈과, 사람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있었고, 가슴 한편에는 불안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 그래서 뭘 해야 하는데?

내 마음속에는 절박함과 의욕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추운 겨울이 왔고, 1억이라는 돈은 은행에서 이자를 받으며 편안하고 따뜻하게 쉬고 있었다. 돈의 휴식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 초조해졌다. 매월 1일 집주인에게 월세를 부칠 때면 마인트 컨트롤을 해야만 했다. 괜찮다. 할 수 있다. 돈을 곧 벌 것이다.


그러던 중 한 모델하우스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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