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구름과 아기, 그리고 지구별 꿈나라 연재를 마치며 개인적인 소회를 좀 남겨볼까 합니다.
위 두 이야기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
1. 돌담구름과 아기
제가 청소년 시기, 굴러가는 낙엽만 보아도 깔깔 웃는다는 시절, 저는 그렇게 잘 웃기도 하거니와, 또 그만큼 쉽게 눈물흘리던 소녀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서향을 향해 있는 고층 아파트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을 향해가는 오후, 구름 한 점 없던 푸른 하늘에 아주 작은 아기구름이 하나 나타나서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작고 가련한 그 구름이 혼자 하늘을 떠가는 모습이 너무나 외로워 보여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구름이 흘러 흘러 어느덧 하늘에서 사라져 버리자, 그땐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그 구름과 제 인연이 애처로워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사춘기였을 테지요.
그리고 2-30년이 지난 2025년이 여름날, 다시 그 구름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구름을 바라보며 울던 과거의 제모습도 함께요. 수만 겹의 시간과, 세 아이를 키우는 경험들이 마법을 부려준 것일까요, 그 이야기는 제 안에서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치유의 이야기로 변모했습니다.
이제 애처로운 아기구름도, 그리고 그 구름을 바라보며 우는 외로운 아기도, 그 인연을 통해 외로움의 감정과 위로를 배우고, 희미한 미소로 서로를 기억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림은 챗gpt로 그렸는데,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제주도에 살았던 강렬한 기억 때문인지, 제주의 풍경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묵화 스타일의 돌담아기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섬집아기의 후속 이야기처럼 모두의 마음에 남은 아련한 기억을 따뜻함으로 안아주고자 했습니다.
2. 지구별 꿈나라
저는 언제나 시작과 끝을 함께 생각하는 사람 같습니다. 하지만 삶에 있어서는, 시작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끝은 아직 겪어보지 못해 쉽게 망각하곤 합니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을 파고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저는 외면하곤 했지요.
하지만 엄마가 되어 아이들에게 인생의 마지막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되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엄마가 되면 그 질문에 직면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극복해야 하지요. 아이들을 위해서요.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엄마가 되니 이상한 자신감이 흐르고 있더군요. 세상이 끝나고 우리가 헤어진다 해도, 언제 어디에서라도 제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다는 그런 이상한 자신감 말입니다.
그래서 죽음을 처음 알게 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스스로 지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들에게는 잠들기를 무서워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자라서 잠을 자고 일어난 후에도 어제의 나의 자아가 내일도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까지는, 아기 스스로도 무의 감각을 느끼고 무서워하는 것이겠지요. 그럴 때 엄마는 어제와 같은 동요를 오늘도 들려주며, 토닥토닥해 주며, 아이가 안심할 수 있게 해 주곤 합니다.
좀 더 자란 아이들은 무서운 꿈이 두려워 잠들기를 무서워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엄마는 무서운 꿈을 꾸지 않을 거라고 안심하라고 토닥여 줍니다. 엄마가 네 꿈속에 찾아가 괴물들을 무찔러주고 널 지켜주겠노라며 아이를 안심시켜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평화롭게 잠듭니다. 물론 아이의 꿈에 쫓아가 괴물을 무찔러주는 것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상하게도 그런 말을 하는 엄마의 마음은 '진심'이고 왠지 아이꿈에 들어가 싸워줄 수 있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기에 마냥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엄마도 죽는 거냐며 눈물 흘리는 아이를 어떻게든 위로해 주기 위해서 애쓰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지었습니다. 실제로 아이와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지었기에 제게 가장 애착이 있는 작품입니다. 흐느끼며 울던 아이가, 엄마별에서는 뒤에도 눈이 있어서 뒤쪽도 볼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실제로 아이와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아이는 미소 지으며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답니다.
아이를 위한 진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니, 아이뿐만 아니라 저조차 위로받고 구원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가진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힘이 느껴졌습니다. 우리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이구나. 가장 깊이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들, 고전 이야기들이 대대손손 읽히고 전해지는 이유는 아마 이런 이야기가 가진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제 안에 명확한 이미지들도 함께 떠올랐기에, 그림책으로 꼭 구성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챗gpt의 힘을 빌러 한 장 한 장 그림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림의 느낌과 캐릭터를 일관되게 유지하거나, 제가 마음속에 품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들어서 조금씩 나눠서 연재를 하게 되었고, 필요 이상으로 회차가 늘어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만든 그림에 이야기의 느낌이 잘 살아있다고 느끼신다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원초적인 이야기의 힘,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나, 무언가를 향한 진실된 마음이 실린, 이야기의 그런 본질적인 힘을 계속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서, 앞으로도 그림책이나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동화책은 계속해서 작업해 나갈 예정입니다.
다만, 위의 두 이야기는 제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로, 함께 나눈 저희 아이들도 매우 좋아하고 자주 보여주기 때문에 위의 이야기 두 가지로만 브런치북을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그림책, 이야기책은 곧 다른 브런치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제 그림책을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